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을 둘러싸고 다시 정치·사회적 진영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사망 직전 성추행 의혹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명하다.
여권과 지지층의 계속되는 애도 행렬과 추모 열기와는 반대로 한쪽에서는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부각하는 야당의 반발이 맞붙는 모양새다.
과거 임명 찬반 논란으로 극심한 진영 대결을 빚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영대결'은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오로지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이익 쟁취를 위해 양자가 다투는 양상을 뜻한다.
민주당은 일단 고인에 대한 애도에 집중하고 있다. 성추행 의혹과는 별개로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 서민을 보살핀 서울시장으로서의 공적을 기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시장 장례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참가하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라는 내용의 추모 현수막을 내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부 의원들의 "거인의 삶" "족적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참 맑은 분" 등 박원순 시장을 칭송하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여권의 과도한 추모 움직임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피해자 신상털기에 이어 색출 작전까지 2차 가해가 심각하다"면서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특히 전주혜 의원 등 48명은 성명을 내고 "박 시장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더 이상 진위를 조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사람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일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문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도 조문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52만명이 참여한 반면, 서울시 홈페이지에 개설된 박원순 시장 온라인 분향소에는 65만명 이상이 온라인 헌화를 마쳤다.
조국 사태 당시 임명 찬반을 놓고 경쟁적으로 국민청원 숫자를 늘려가던 진영대결 구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2일 브리핑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해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장례 일정이 마무리되는 13일 이후 박원순 시장 사태를 둘러싼 분열 양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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