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빌딩인 ‘30 허드슨 야즈' 빌딩 일부층에 중순위(메자닌·mezzanine) 대출 방식으로 투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주춤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실물투자금융본부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 잡은 주상복합형 오피스 빌딩인 ‘30 허드슨 야즈((30 Hudson Yards)’ 6개 층(68~73층) 구분 소유권에 약 7500만달러(약 92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해당 투자금은 중순위 대출을 제공하는 대출금으로 사용된다. 선순위 대출 채권에는 미국 현지은행이 투자했다.
하나금융투자가 투자하기 전 해당 층의 구분소유권은 미국 BoA메릴린치가 소유하고 있었다. 이번에 하나금융투자가 투자한 대출 계약은 최대 7년간 지속된다. 5년 계약 기간이 경과한 후 한 번에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구분소유권 중순위 대출 채권을 자산으로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의 지분을 하나금융투자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완공된 30 허드슨 야즈 빌딩은 높이 386.5m, 지상 101층 초고층 주상복합형 오피스 빌딩으로 맨해튼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전면이 유리로 마감돼 있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이 빌딩이 들어선 맨해튼 서부 허드슨 야드는 지난 60여년 간 방치됐던 폐쇄된 철도역이었다. 뉴욕시는 2012년 허드슨 야드를 재개발해 주상복합 빌딩, 오피스 빌딩, 호텔, 쇼핑센터, 광장 등이 들어서는 도심 내 복합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지 소유자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와 미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인 릴레이티드사가 함께 손잡고 총사업비 250억달러(약 28조원)를 투자해 2024년까지 복합단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랜드마크 빌딩으로 떠오른 30 허드슨 야드 빌딩의 주요 임차인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그룹인 페이스북,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 그룹의 자회사인 CNN, HBO, 터너브로드캐스팅 시스템, 워너브라더스 등이 입주해 있다. 영국 미디어 기업인 가디언과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도 주요 임차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과 웰스파고 증권도 입주해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중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한 6개 층 가운데 4개 층은 페이스북 뉴욕 지사가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잔여 임대기간은 4년 6개월 가량 남아 있다. 페이스북과 맺은 임차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빌딩 시행사인 릴레이티드사가 이 공간을 의무적으로 임차하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에 구입한 중순위 대출 매입채권을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셀다운(재매객)할 방침이다. 일부 보험사 등이 해당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나금융투자가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해외 대체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모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2월 뉴욕 시청 맞은편 호텔 개발사업에 62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집행하고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복합상업시설을 영국 자산운용사 AGC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1조3000억원을 주고 인수하는 등 해외 대체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하나금융투자가 투자 재개에 나선 게 대체투자시장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30 허드슨 야즈와 같은 맨해튼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해외 우량 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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