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용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옥심 씨(60)의 휴대폰에 알람이 울렸다. 들어온 주문은 오징어젓갈 하나와 파김치. 이씨가 시장 상인회에 주문받은 물건을 갖다주면 배달 업체가 주문 상품을 모아 소비자에게 두 시간 안에 배송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지만 네이버를 통한 배달 주문은 오히려 늘었다. 이씨는 “온라인으로 주문해보고 단골이 돼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업체)들이 골목상권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결제에 집중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만 가맹점을 늘려가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네이버페이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전통시장을 가맹점으로 대거 확보했다. 전통시장은 그동안 간편결제의 ‘사각지대’로 불렸다. 현금을 선호하는 시장 상인에게 간편결제 업체가 파고들어갈 ‘틈’은 좁았다. 간편결제 업체로서도 한번 제휴를 맺으면 많게는 수백 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해 ‘마진’도 적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바람이 불며 상황이 달라졌다. 전통시장 서비스 이용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서비스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5배 증가했다. 온라인 결제망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뒤따랐다.
카카오페이의 전략은 ‘수수료 0원’을 앞세운 제로페이와 동일하다. 다만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어떤 앱을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데 비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앱만 있어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전 국민의 휴대폰에 깔려 있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결제망을 구축하는 것이 수월했다. 가입자 3300만 명을 이미 확보하고 출발한 간편결제 앱은 카카오페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기반으로 쇼핑이 탄생하고, 쇼핑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이’가 들어오는 3단계 방식으로 진화한 네이버페이와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결제 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결제망 확보 작업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여전히 네이버페이 자체 앱도 개발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자체 앱에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하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페이코는 대형 금융회사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가맹점을 확보해 언제 어디서나 페이코 앱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페이코는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 공공배달앱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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