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현대일렉트릭이 회사채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금융회사 9곳에 발행 주관과 인수를 맡기며 초강수를 뒀지만 얼어붙은 회사채 투자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이 75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8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번에 팔리지 않은 채권 중 370억원어치는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사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300억원에 대해선 발행일인 20일까지 추가 청약을 받는다. 이때도 수요가 없으면 발행 주관과 인수를 맡은 증권사 8곳이 미매각 물량을 나눠 떠안게 된다.
비우량 회사채 발행시장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한 달여간 GS건설, 사조산업, OCI, 대우건설 등 신용등급 ‘A’ 이하 기업들이 연이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기관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8년(1566억원)과 지난해(1005억원) 잇달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는 흑자전환(영업이익 43억원)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A-)에 ‘부정적’ 전망을 붙여놓고 있다. 기관 대부분의 회사채 투자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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