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알짜 유휴지에 2만 가구 짓는다

입력 2020-07-13 17:00   수정 2020-11-26 12:50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대치 개포 잠실 등 강남권 알짜 유휴부지를 개발해 2만 가구가량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과 대치동 SETEC, 동부도로사업소 등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한다.

13일 당정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강남권 공공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남권 중에서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잠실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지구 등 큰 개발 호재가 있는 곳 인근에 공급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치동에서는 SETEC과 바로 옆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에서 7000가구 정도의 추가 공급이 이뤄진다. 동부도로사업소 부지는 이미 임대 아파트(2200가구) 건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가구 수를 더 늘리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SETEC은 서울시의 제2시민청 건립이 무산된 이후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전시장 공급은 충분해 주택을 짓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도 활용된다. 잠실 마이스 개발 과정에서 남는 땅과 합해서 8000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역세권 입지인 만큼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하고 용적률을 최대치인 10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이 된 개포지구에도 공급을 늘린다. 2024년 중랑구로 이전할 예정인 대청역 인근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을 개발해 약 2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협의 중이다. 용도지역 변경과 최대 용적률 적용이 검토된다. 또 개포 구룡마을에서도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강남권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핵심지를 개발하는 만큼 임대가 아니라 분양 아파트도 공급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가구 수 등은 최종 협의를 거쳐 조만간 서울시가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강남, GBC·잠실마이스 인근 유력…강북은 역세권 '고밀도 개발'
SETEC·동부도로사업소 부지 연계해 7000가구 공급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는 구체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서울 도심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도심, 그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핵심 지역에 공급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임대 외 분양 아파트까지 건립해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계획이다.

강남 핵심지에 2만 가구 공급
정부와 서울시는 대치동 삼성동 개포동 등 강남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2만 가구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대청역 등 지하철역에서 1~5분 거리의 초역세권 개발도 포함됐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 3만6000가구, 2022년 5만 가구 정도인데, 2만 가구를 공급하면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단 2만 가구 중 분양 아파트를 얼마나 가져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선 대치동에서는 SETEC을 주거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도보 2분 거리로 대지면적만 4만㎡ 규모다.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와 연계해 7000가구가량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도로사업소는 서울시가 2018년 말 내놓은 ‘8만 가구 추가공급방안’에 포함됐던 부지다. 당초 2200가구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SETEC과 연계해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과 장기전세뿐 아니라 일반분양 물량도 상당히 나올 전망이다.

서울시는 당초 SETEC에 ‘제2시민청’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남구 등의 반대로 2017년 계획이 무산된 이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 등 인근에서 전시컨벤션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용도를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권 개발의 핵심축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에도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의 용적률을 최대인 1000%까지 끌어올려 총 4000가구를 공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의료원과 탄천을 마주보고 있는 잠실 마이스 유휴부지도 활용하기로 했다. 두 부지를 활용하면 각각 4000가구에 달하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개포동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SH공사는 2024년 중랑구 신내동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해당 부지 역시 지하철 3호선 대청역 도보 1분 거리의 초역세권인 만큼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2000가구에 달하는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강북은 역세권 고밀 개발
강북권에서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고밀도 개발을 추진한다. 기존 재개발 구역과 역세권을 집중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에서는 현행 15%인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20%로 높여 공공임대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신 용적률을 올려 사업성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는 총 219개 재개발 구역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역세권 고밀도 개발도 추진된다. 역세권 범위를 확대하고 ‘고밀주거지역’ 조성을 위해 용적률을 두 배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고밀주거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할 경우 최대 1000%의 용적률까지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고밀주거지역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최종 도입을 위해서는 서울시와 정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또 사대문 안에 있는 낙후된 공업·상업지역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중구 을지로 3·4가 지역과 동대문구 답십리동 공구상가 등 도심 낙후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하는 안이 유력하다. 아직 도시관리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역세권 지역을 개발하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콤팩트 시티)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서울 시내 총 307개 역세권 가운데 260여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부총리 주재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 TF에서는 유휴부지 활용과 도심 고밀도 개발 외 공공 재개발·재건축 때 도시규제 완화,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도 논의 중이다.

이유정/임도원/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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