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속개만 십여차례 '11시간 마라톤 협상'…1박2일 요동쳤던 '협상판'

입력 2020-07-14 03:36   수정 2020-07-14 06:33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오후 3시로 예정돼있던 회의는 시작과 함께 곧바로 정회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공언한 최저임금 결정 데드라인인 13일 밤 또는 14일 새벽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안팎의 전망이 뒤집히는 데는 한 시간 가량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후 4시20분에 회의 속개, 박 위원장은 곧바로 노사 양측에 2차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때까진 노동계는 1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9.8% 오른 시급 9430원을, 경영계는 1.0% 삭감한 8500원을 제시한 상태였다.

예상보다 빠른 회의 진행에 노사도 응답했다. 노동계는 오히려 공익위원에 심의촉진구간 설정을 요구했고, 경영계도 이에 동의했다. 심의촉진구간은 노사 간의 간극이 클 경우 공익위원들이 일정 인상률 구간을 정해 회의 진행에 속도를 붙이고자 할 때 제시된다. 노사 요구에 이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0.35~6.1% 인상안, 즉 시급 8620~9110원이었다.

공익위원단의 '작전'대로 노사는 2차 수정안으로 각각 9110원과 8620원을 가져왔다. 회의가 물흐르듯 진행되면서 이날 밤 안으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은 회의장에 착석하지 않고 배석만 하다가 경영계의 인상률 요구안이 너무 낮다며 최저임금 심의 불참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이 모두 참여한 것을 전제로 2차 촉진구간을 설정해 조기에 협상을 마치려던 공익위원들의 작전이 어그러지는 순간이었다.

통상 노·사·공익 27명의 표결로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감안하면 노사 위원 전원이 참여한 경우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결정이 나는데,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노동계는 5명만 남게돼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밤 10시를 넘어가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버티기 모드로 돌입했다. 위원장의 3차 수정안 제출 요구에 경영계는 8635원(+0.52%)을 제시했으나 노동계는 2차 수정안을 고수했다. 이후 회의는 공전했고, 밤 12시 자정을 지나면서 회의장 앞 안내문은 제9차 전원회의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회의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사가 요구하는 인상률 격차가 줄어들지 않자, 새벽 1시 박 위원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시급 8720원', 올해보다 1.5% 인상한 금액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찬반을 묻겠다고 선언했고, 한국노총은 역대 최저 인상률 제안에 강력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도 동결 무산에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회의장에 남은 위원은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 새벽 2시10분 회의장 문이 열렸다. 표결 결과는 찬성 9명 대 반대 7명, 가결이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의 2021년 최저임금은 그렇게 결정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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