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미 동부시간) 오후 1시40분까지만 해도 뉴욕 증시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나스닥은 매일 그렇듯 2% 가량 상승하고 있었고 테슬라는 16%까지 치솟아 주당 1794달러까지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상승 이유는 지난주, 그리고 그 전주와 같았습니다. ①경기 회복 ②백신 개발 ③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 ④그리고 역사적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FOMO) 등이었습니다.
테슬라는 한 때 시가총액이 3200억달러에 달해 JP모간과 P&G, 마스터카드를 제치고 시총 10위내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S&P 500 지수에 편입되면 수많은 펀드들이 지수 비중만큼 매입할 것이란 관측이 매수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내 시총 3700억달러인 월마트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오전 4시간동안 4만명의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새로 매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습니다. 투매가 일어나더니 2시10분엔 테슬라도, 나스닥도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3시께 잠깐 반등시도가 조금 있었으나 금세 무산됐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그대로 밑으로 흘러내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의 이날 오후 연설 내용이 보도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급등한 기술주를 팔아 수익률 확보에 나섰는데, 그게 순식간에 확산된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카플란 총재는 강연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사태를 언급하면서 "미국 경제는 지난 4월에 바닥을 치고 확실히 성장하기 시작됐다. 6월 둘째 주까지 지속된 짧은 기간 동안 두 자릿수대 반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 하반기 경제가 성장하겠지만, 경제 부진이 장기화하고 영구적 실업이 발생할 위험도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충격적 내용은 아니었습니다만)
결국 나스닥은 2.13% 떨어진 채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04% 상승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S&P 500 지수는 0.94% 하락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도 17.96% 급등한 32.19를 기록해 다시 30을 훌쩍 넘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뉴 닷컴버블'(the New Dotcom Bubble)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가 폭등세를 지속하면서 '이런 기술주의 상승세가 지속가능하냐'는 게 핵심 테마입니다.
이유는 매출의 10배가 넘는 회사 가치를 보유하게 된 주식이 2000년 초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 수준 이상으로 치솟은 탓입니다. 최근 그런 주식이 37개에 달해 2000년 3월 당시의 30개를 넘은 겁니다.
통상 미국의 주식은 주당 이익의 15~18배 수준에서 주가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리고 기술주는 성장성을 감안해 약간 더 높았지요.
그런데 주가가 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10배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닷컴버블이 터진 뒤 오라클의 창업자인 스콧 맥닐리는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주가가 (주당)매출의 10배 수준이라는 건 투자자가 10년간 수익을 회수하려면 기업이 10년 연속으로 매출의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한다는 뜻이다.
그건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비용이 '0'이라는 걸 가정하는 데 말이 안 된다. 나에겐 3만9000명의 직원이 있고 이들에게 급여를 줘야하며 세금도 내야한다. 그리고 10년간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면 이익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은 내 주식(오라클)을 주당 64달러(주당 매출의 10배 수준)에 사고 싶나? 그 기본 가정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고 있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MSCI월드성장주지수의 피어&그리드 지수도 최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2000년 당시보다 더 높아진 겁니다.
이날 나스닥 100 지수는 장중 2% 넘게 치솟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뒤 꺾어져 1% 넘게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이런 날은 사상 두 번째였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2000년 3월7일이었습니다. 이후 나스닥은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2년간 75% 폭락했습니다.
이번이 당시와 같을 것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당시는 '닷컴'이란 이름이 붙은 주식은 무차별적으로 모두 올랐지만, 지금은 일부 주식만 급등하고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지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이날 "요즘 장세는 1999년 당시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리는 미 증시가 닷컴버블처럼 터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6월초에 시작된 이번 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향후 S&P 500 지수 기준으로 2800~285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조정이 끝나면 우리는 시장 전반으로 상승세가 퍼지면서 많은 업종과 주식이 새롭게 펼쳐질 강세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또 "현재 경제 지표는 우리의 V자 반등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있다. 그건 몇 주간 진행될 이번 조정에서 경기순환주를 매수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제 봉쇄 이후에 나오고 있는 경제 지표는 V자 반등을 지지하는 게 맞다"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이 심상치 않은 만큼 일단 수익률 일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는 식당과 술집의 영업을 다시 중단하는 등 경제 개방을 다시 되돌렸습니다. 또 주내 30개 카운티에서 실내 운동시설과 교회, 미용실, 쇼핑몰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의 교육당국은 코로나19의 위험을 고려해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뉴욕주도 이날 8월1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상황 등을 점검해 학교 수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경제 재개에 있어 학교 개학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에선 집에 아이들만 남겨놓는 걸 불법으로 간주하는 주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베이비시터가 있지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면 부모들이 출근하질 못합니다. 지금은 베이비시터도 둘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경제 활동은 반쪽이 될 수밖에 없고 'V'자 반등은 불가능해집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계속 가을학기 학교 수업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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