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자 미래통합당 소속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사자명예훼손을 적용하려면 성추행 수사 선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죽음을 이유로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아예 부인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진성준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하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근식 교수는 이에 "집권여당 대표의 버럭 욕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민주당 현수막, '맑은 사람'이었다는 여권 인사 칭찬 등은 이미 현 여권 일각에서 단순한 애도를 넘어 박원순 시장의 결백과 미화로까지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죽음을 계기로 박원순 시장을 영웅시하는 '조문 정치'야말로 정치적 자해행위이자 자살방조 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제 진성준 의원이 사자명예훼손을 주장했으니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성추행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면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규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헬기 사격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성준 의원은 사자명예훼손을 밝히려면 특정인을 지목해 꼭 고발하라"면서 "그래서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혐의의 진실을 규명하라. 오랜만에 진성준 의원이 옳은 소리를 했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결백을 확신하는 건 좋은데 너무 믿은 나머지 사자명예훼손까지 주장했으니, 자칫하다간 공소권 없음으로 묻고 가려던 성추행 혐의가 법정에서 공개 규명될 수도 있겠다"면서 "과연 박원순 시장을 위한 건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영면을 기원하면 되지, 사자명예훼손 주장까지 해서 고인을 끝까지 쉬지 못하게 할 것인가"라면서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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