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2013년 "성추행, 구애로 정당화='폭력'" 박원순 2차 가해 일침

입력 2020-07-14 16:43   수정 2020-07-14 17:31



"어떻게 보면 서로 약간의 호감을 가졌거나 남자 혼자 구애한 것 같다. 하지만 남성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끄러워서 자살한 것이고...설마 박원순 비서가 남자를 배신한 건 아니겠지?"

"여자의 변심을 알지 못한 남자의 계속된 구애행위일 수도 있다. 연인관계에서 출발해 변심한 여성을 남자가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좋아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찝적댔다면 무죄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가 자신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한 가운데 "우리 박원순 시장님 입장에서는 구애가 아니었을까"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댓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고소인에 대해 사회적 2차 가해가 도를 넘자 경찰은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경찰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고소사건 접수 이후 피해자 A씨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행위에 대해 추가로 접수된 고소장 관련해 14일 오전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며 "그 동안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A씨 측은 전날 인터넷상 신상털기와 비난 등 온·오프라인 상에서 이뤄진 2차 가해와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실종 직후 온라인상에서 A씨 고소장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글과 관련해서도 유포자 처벌을 요청했다.

박원순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A씨의 신상정보를 찾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SNS에 A씨를 추정할 수 있는 글을 게재하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박 시장에 대해 '맑은 분이라 세상을 하직했다'고 추모한 데 이어 일부 지지자들은 박 시장이 순수한 연애감정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고소인을 모욕했다.



한편 조스트라다무스(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에 빗댄 표현)라 불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3년 트위터에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을 '구애' 또는 '연애'라고 정당화하거나 술탓이라고 변명하는 자들은 처벌 또는 치료받아야 한다. 자발성과 동의가 없는 성적 행동은 상대에 대한 '폭력'이다"라고 일침을 가한 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스누라이프에 이같은 조 전 장관의 7년전 글이 공유되자 서울대생들은 "조스트라다부스는 헌법 조무사다. 당신은 박원순의 성추행과 자살까지 알고 계셨던 것인가"라면서 "당신의 어록을 담은 경전을 빨리 출간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한다", "어둠의 목민심서, 온갖 사건사고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원론적 입장은 저기 다 적혀 있다"는 비판섞인 글들이 게재됐다.

조 전 장관은 이 밖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치를 예언이라도 한 듯 2013년10월 트위터에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국회의장까지 지낸 70대 남성이 골프장에서 20대 초반 여성 캐디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등 성추행을 저지르고 “손녀 같고 딸 같아 귀여워서” 그랬다고 해명했다는 것을 비판한 한 언론의 '개저씨(개와 아저씨의 합성어)' 기사의 링크와 함께 "성추행을 하면서 피해자 탓을 하는 '2차 피해'를 범하는 '개'들이 참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찰은 14일 오전부터 고소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경찰에 처음 출석한 A씨는 조사에서 박 시장으로부터 무릎에 입맞춤 등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속옷 차림의 사진과 음란한 내용이 담긴 문자 등 부적절한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대변인 격인 변호인과 여성계 인사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지금 온·오프라인에서 2차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이 자리에서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소인 측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故 박원순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 시장은 피소 하루 뒤인 지난 9일 연락이 두절됐고, 이튿날인 10일 0시 1분께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알게된 계기는 미궁에 빠졌다. 경찰 측은 청와대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했고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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