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마다 쓰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자기 쓰임을 확장해가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차피 모든 역할을 제가 다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잘생김'의 교과서 배우 강동원(40)의 말이다. "잘 생긴 게 약점일 수 있다"고 연상호 감독은 말했지만 강동원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2003년 MBC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그는 영화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마스터', '1987'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강동원은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일원으로 돌아왔다.
영화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영화로 더 커진 스케일과 압도적인 비주얼, 그리고 짜릿한 액션 쾌감으로 코로나19로 보릿고개를 맞은 영화계에 활력을 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월드와이드로 개봉되는 첫 영화다. 결과가 궁금하다던 강동원은 "'반도'가 잘 돼야지 우리 거도 잘 될텐데라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는 역시 한국영화를 찍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경쟁보다는 한마음으로 서로 응원한다. 짠하다"라고 털어놨다.
칸 영화제에 초청됐음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시상식이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칸 자체가 열리지 않아 아쉽긴 하다.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배우로서 칸에 초청받는 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다. 가고 싶었지만 아쉽다"라고 했다.
강동원은 '반도'에서 폐허의 땅에 미션을 안고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으로 변신했다.
정석은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무기력하게 난민처럼 살아왔지만 반도로 돌아와 살아 남은 자들과 함께하며 변화하는 인물. 강동원은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천만 관객을 들인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 물론 처음엔 신경 쓰이긴 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속편이라고 해서 배우로서 크게 호기심이 발동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전작이 신선해서 궁금하긴 했다. 만약 부산행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호기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한다. "여러가지 소문이 있었다. 제일 궁금한게 촬영이 빨리 끝난다는 거다. 한번도 경험을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분이 가진 가치관에 굉장히 좋았던 지점은, 좋은 영화 찍고 싶지만 영화 하려고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싫다고 하더라. 굉장히 신선했다. 가치관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반도'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강동원은 "감독님이 보여주신 부분들이 굉장히 확고했다. 그렇다면 차별화 되는 괜찮은 속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구조가 좋았다. 제가 미국으로 출국하고, 화상통화로 이야기 나눴다. 서로 이야기 많이 하면서, 정석 캐릭터는 관객이 감정선을 따라와야 하는 캐릭터다.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부산행'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강동원은 "더 나은 속편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다. 기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가 제일 컸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 부담감이 이미 해소가 됐다. 감독과 비주얼적 부분 공유하면서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처음 봤을 때, 현장 편집본을 많이 보는 편이다. 너무 많이 봐서 지겨울 때도 있는데 이번 영화는 현장본보다 1분 길더라. 다른 건 전혀 안 찍었다는 거다. 잘라낸 신이 몇 컷 밖에 안된다. 봤는데 안 지루하고 재밌어서, 제 영화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다. 아이맥스로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연예인'이라 불리는 강동원.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스타일링으로 불거진 비주얼 지적에 대해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고 일어나니 피곤할 때 있지 않나. 그날 아침에 이상하지 않았는데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거다. 솔직히 '얘 누구야?'라고 했었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그는 "별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대로 하는거다. 모자란 지점이 있으면 다음에 또 더 잘하면 되는거고, 그런 측면에선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그러면서 "저는 전혀 신경 안쓴다. 다른 사람이 할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을테고. 배우마다 쓰임이 있고, 자기쓰임을 확장해 나가면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저는 도전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다. 성격이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못참는 성격이다. 제가 했던 것을 비슷한거 또 하는게 못참는다. 계속 다른거 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계속 부딪혀서 잘하고 싶다. 없는 걸로 만들어내야 하니 힘든 지점도 있다. 특히 '마스터' 같은 경우 내게 많이 없는 측면의 캐릭터다. 깨부시고 싶었다. 부족한 지점들도 있지만 다음에 비슷한 캐릭터 들어왔을 때, 비로소 내가 하고싶다고 생각했을 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어떤 캐릭터가 들어와도 다른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것, 배우의 궁극적인 역할인것 같다. 갈고 닦아야 한다. 계속 부딪히는 이유다. 사실 다른 캐릭터도 비슷하게 연기해서 할 수도 있다. 관객들은 그걸 더 편해할 수 있다. 너무 많이 바뀌면 쟤가 왜 저러지? 한다. 그래도 계속 해보고 싶다. 20~40년 후 생각하면…제가 잘 못하는 캐릭터도 계속 하고 싶다. 전우치 같은거, 저도 힘들었다. 그렇게 한번 해보니, '검사외전'같은 캐릭터도 뻔뻔하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들어온다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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