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은 지난달 17일 전환사채 ‘현대로템30CB’를 2400억원어치 발행했다. 구주주 청약 땐 미달이었다. 지분 43.4%를 가진 현대자동차가 불참한 탓이다. 일반 공모 청약은 1655억원 모집에 약 7조9000억원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전환가액이 9750원으로 낮아 주식으로 바꿔 팔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청약 당시에도 현대로템 주가는 1만5000원대였다. 전환가액이 낮게 정해진 것은 전환가액 산정 시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곤두박질치던 지난 3월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30CB는 17일부터 2023년 5월 17일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9750원에 주가를 받아 14일 종가(1만5900원) 수준에 판다면 63.1%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주식 전환 청구 후 실제 주식을 받기까지 15~30일이 걸리는 게 문제다. 매월 1~15일 신청분은 그달 말, 16일 이후 신청분은 다음달 15일 증시에 상장된다. 전문가들은 전환 청구가 많이 이뤄지면 현대로템 주가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로템30CB 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을 매도할 수도 있다. 액면가 1만원인 현대로템30CB는 현재 1만3429원에 거래되고 있다. 액면가보다 34.3% 높은 수준이다. 현대로템30CB를 사서 주식으로 전환하려는 수요 때문에 장내 채권시장 상장 후 채권 가격이 올랐다. 이론적으로는 채권 가격이 주가만큼 오를 수 있지만, 전환 청구 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보통 주가보다 10~2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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