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상률이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다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로 기업 줄도산 우려가 커졌음에도 또다시 인상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을 32.8%나 끌어올린 뒤여서 더 그렇다. 인상률이 낮다고 해도 최저임금의 절대수준이 높아진 상태여서 기업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는 408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영세사업장 근로자다.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15%를 넘는데 또 올리면 ‘잠재적 범죄기업’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갈등과 대립을 부르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거대 노조단체와 사용자단체가 협상을 벌여 결정하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선상에 놓이는 소상공인이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영세사업장 근로자,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 청년 등의 이해가 반영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경제상황이나 기업의 지급능력과 무관하게 매년 관행적으로 인상되는 이유다.
차제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선한다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8개국은 법정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없다. 산별 임금협상 과정에서 최저수준을 정할 뿐이다. 영국은 전문가위원이 건의하면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이고, 일본은 거시변수를 기반으로 산업별·지역별 생산성을 고려해 차등 결정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변수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때다.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도 마냥 외면해선 안 된다. 허울만 사회적 합의기구이지 거대 노조와 기업의 협상테이블인 최저임금위원회로는 매년 소모적 대립과 ‘무조건 인상’ 관행에서 탈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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