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세한 6·25 전쟁 영웅인 고(故) 백선엽 장군의 장지와 관련해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쐈다. 현충원에 묻히면 안 된다"고 주장한 YTN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노영희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 변호사는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패널로 출연해 "어떻게 저 분(고 백선엽 장군)이 6·25 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서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현실적으로 친일파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전 현충원에도 묻히면 안 된다고 본다"며 "본인(백 장군)이 조금 전에 나온 화면에서 본 것처럼 ‘비판 받아도 어쩔 수 없다. 동포에게 총을 겨눴다’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향후 파장을 우려해 "우리 민족을 향해서 총을 쏘았던 6·25 전쟁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수정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노 변호사는 오히려 "6·25 전쟁은 북한과 싸운 거 아닌가?"라며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반박했다.
해당 방송 후 MBN뿐만 아니라 노 변호사가 진행하는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청취자 수 십명이 '현충원은 6·25전쟁에서 북한군에 희생된 군인을 위해 마련된 묘소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백 장군에 대한 모욕이다'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청취자는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사 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립현충원의 전몰 용사들 대부분이 인민군과 싸우다 전사한 분들인데, 그럼 국립현충원 전체를 파묘하자는 얘긴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노 변호사의 발언을 직접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럼 한국전쟁 때 국군이 일본군이랑 싸웠어야 하나? 찬반을 표하는 건 좋은데 근거는 합리적이어야죠"라며 "비난하기 이전에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네요. 너무 황당하니 비난의 마음 이전에 궁금함부터 치솟는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노 변호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생방송이라 오해가 있게 말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절대 6.25 참전 용사나 호국영령에 대한 폄하가 전혀 아니었고, 화면으로 나왔던 백 장군의 저서 글과 생방송 도중 발언이 섞여서 본의 아니게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이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백 장군의 장례는 11일부터 5일간 육군장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안장식은 15일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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