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생한 데 대해 세척 주기가 긴 정수장 여과지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5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인천 서구 일대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깔다구류 유충이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되는 못(池) 형태의 '활성탄 여과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깊이 2.7m의 못 형태로 가루보다 큰 크기의 고순도 탄소 입자로 채워져 있다. 유기물을 협착하는 특성이 있어 정수과정에 설치하면 일종의 생물막을 형성해 냄새 물질이나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여과지를 자주 세척하게 되면 생물막이 제거될 수 있어 세척 주기가 15∼20일로 긴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생긴 유충이 제때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상수도사업본부도 여름철 날벌레가 불을 환하게 켜놓은 정수장에 날아왔다가 여과지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공정에서 여과지 이후 소독하는 공정이 있으나 미생물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인천시에 "깔다구류 유충은 소독약에 내성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는 지난해 인천 서구 등지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조기 가동하면서 설치됐다.
인천시는 활성탄 여과지가 유충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되자 정수처리 공정 과정을 고도정수처리에서 표준정수처리로 전환해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표준정수처리 공정에서 사용되는 여과지 세척 주기도 기존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했다.
또 유충 제거를 위해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도 시행했다.
인천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각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통해 유충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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