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이디 가가 ‘이정현’ vs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

입력 2020-07-16 16:06  


[이진주 기자] 기성세대만이 누릴 수 있었던 한국 가요계는 지금보다 더없이 찬란했다. 이는 당대 파격적인 의상과 세기말 퍼포먼스로 센세이셔널한 무대를 꾸민 ‘한국의 레이디 가가’ 이정현과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 참신한 안무의 명곡들을 선보이며 그 시절을 주름잡았다.

동시대를 향유한 이들은 가요계에 이어 영화계까지 평정하며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세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공통분모가 많은 둘은 그중 특히 일과 사람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애티튜드가 가장 일치한다. 그런 이유로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연예계 후배들이 동경하는 대상으로 이들을 지목한다.

또한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며 추억 소환과 함께 뉴트로 바람을 일으키는가 하면 최근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사부로 출격하며 늙지 않는 방부제 미모와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뽐내며 출연진과 시청자들을 감탄케 했다. 이들이 대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천부적 재능은 물론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관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 그렇다면 이들이 무대, 연기, 패션에 쏟아내는 에너지를 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ROUND 1. 무대 장악력


이 둘이 ‘히트곡 제조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차별화된 표현력 때문. 자체 제작의 무대 의상과 소품, 백댄서, 특수 효과 등 앨범 콘셉트에 맞는 이상적인 연출을 어렵지 않게 실현시키며 같은 시기에 활동한 1세대 아이돌과의 승부에도 끄떡없이 여왕의 자리를 지켜냈다. 이들의 무대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세대를 불문하고 지금까지도 관심을 갖고 찾아볼 만큼 굉장히 실험적이고 획기적이다.

한국의 레이디 가가와 비견되는 이정현은 1999년 가수로 데뷔하기 무섭게 1집 타이틀곡 ‘와’와 후속곡 ‘바꿔’만으로 단번에 세기말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는 특유 앙칼진 목소리와 시대 사회상을 꼬집는 은유적인 가사로 하여금 젊은층에 더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외눈박이 부채와 손가락 마이크가 그의 퍼포먼스 상징이 되면서 한동안 대한민국을 테크노 열풍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어 ‘줄래’의 핑크 단발인 바비인형 콘셉트로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또 한 번 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팝의 여왕’ 마돈나와 견줄 수 있는 한국의 아티스트는 단연코 엄정화다. 그는 1993년 가수로 공식 데뷔했으나 3집 ‘배반의 장미’를 기조로 ‘섹시 디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초대’, ‘POISON’, ‘몰라’, ‘FESTIVAL’ 등 발매 곡마다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고 노골적인 노출 의상과 물병 헤드폰, 뱅 헤어 등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아방가르드한 무대 연출과 함께 유행을 선도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D.I.S.C.O’와 ‘엔딩 크레딧’으로 가요계에 복귀하며 현란한 퍼포머로서 역량과 명성을 실감케 했다.

ROUND 2. 연기 침투력


차원이 다른 탈한국적 시도들은 대중음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그렇게 가요계 정점을 찍은 이들의 무대는 시대를 막론하고 리메이크, 패러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 재해석되면서 오늘날까지 중독성 짙은 복고 문화로 각인되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MZ세대 다수가 이들을 가수 출신 배우로 인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공식 데뷔는 무대가 아닌 스크린.

이정현은 1996년 영화 ‘꽃잎’의 주인공으로 데뷔해 당시 10대 소녀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대범함과 신들린 광기 연기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영화상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인생 캐릭터를 만나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19년 만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천만 영화 ‘명량’의 벙어리 정씨 여인을 맡아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개봉한 좀비 액션물 ‘반도’를 통해서는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한 강인한 인물로 변신한다.

흥행보증수표 엄정화는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데뷔작으로 ‘해운대’, ‘댄싱퀸’, ‘미쓰 와이프’, ‘몽타주’ 등 장르를 불문하고 상당한 내공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렇게 독보적인 명품 연기로 전무후무한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작품마다 대중의 호평 세례를 이끌어내며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의 여우주연상, 최우수연기상의 영예를 얻었다. 오는 8월 개봉하는 ‘오케이 마담’은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그가 처음 선보일 액션 연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ROUND 3. 패션 소화력


한국 대표 트렌드세터인 만큼 이들의 뛰어난 패션 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무대 의상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할 정도로 옷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활동 시기와 이미지의 결은 비슷하나 단 하나, 패션 스타일링은 각자의 개성이 선명하게 담겼다. 이들의 리얼웨이 룩은 수많은 여성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이정현은 레이스, 러플, 리본 등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 디자인의 페미닌 룩을 즐겨 입는다. 일명 ‘공포의 스케치북’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자타공인 완벽주의자로 스타일링 역시 예사롭지 않은데 시스루 플라워 원피스에 핸드백 스트랩 매듭을 더해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플리츠 트렌치코트에는 백과 슈즈 역시 뉴트럴 톤으로 코디하여 타고난 센스를 발휘했다.

런웨이 모델로 무대에 섰을 만큼 패션에 일가견 있는 엄정화는 시크한 무드의 다채로운 스트리트 룩을 선보이고 있다. 올 블랙의 퍼프 드레스와 플랫폼 힐로 한 마리의 흑조를 연상케 하며 옆의 마네킹보다 우월한 비율을 뽐냈다. 이어 매니시 재킷에 강렬한 레드 부츠와 볼드 이어링, 선글라스를 매치하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로 패션리더의 면모를 보였다. (사진출처: 이정현, 엄정화 공식 인스타그램, 네이버 영화 ‘명량’, ‘댄싱퀸’ 공식 스틸컷, 공식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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