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쏘시개 됐나…유동성 증가폭 사상 최대

입력 2020-07-15 17:06   수정 2020-07-16 01:45

지난 5월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가면서 집값 과열을 불러오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통화량(M2·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198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작년 5월과 비교한 통화량 증가율은 9.9%로 2009년 10월(10.5%) 후 10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559조5905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856조6338억원이었다. 전달에 비해 각각 15조763억원, 14조6038억원 증가했다. 가계 통화량이 기업보다 더 늘어나 2008년 3월(15조2961억원) 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통화량 가운데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의 잔액은 5월 말(계절조정계열 월말 잔액 기준) 1166조8033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9조9454억원 늘었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올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을 축적하려는 가계·기업의 움직임도 유동성 증가로 이어졌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부동산금융은 지난해 말에 비해 2% 증가한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부동산 대출·보증,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부동산 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합친 것을 말한다.

불어난 유동성과 부동산금융은 집값 상승을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에 비해 7.6% 올랐다.

시중 유동성은 주식시장에도 상당 부분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3~24일 SK바이오팜 공모를 위한 일반 청약 과정에서 31조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것을 비롯해 공모주 청약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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