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 14회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처를 보듬으며 안정을 찾아가던 가족에게 또 한 번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진숙(원미경 분)은 김상식(정진영 분)의 상처가 고스란히 적힌 정신과 진료 노트를 발견, 그가 감당해왔던 아픔의 무게를 마주하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박찬혁(김지석 분)은 김은희(한예리 분)에게 숨김없이 마음을 고백하며 관계를 조금씩 변화 시켜 나갔다. 여기에 막내 김지우(신재하 분)가 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돌연 외국으로 떠나버렸고, 뇌종양 수술을 받은 김상식의 심장에 이상 증상이 찾아오면서 충격을 안겼다.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두고 여전히 그 마음을 다 알기 어려운 가족의 이야기는 진한 여운과 함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날 김은주(추자현 분), 윤태형(김태훈 분) 부부는 이진숙을 찾아갔다. “우리 가족한테 당신은 쭉 손님이었지만, 당신 가족한테 나는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족”이었기에 직접 이혼을 알리고, 사죄하고 싶었다는 윤태형. 이진숙은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이혼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이진숙에게 윤태형은 “저는 제 가족이 불편하고 싫어서 도망치듯 결혼했다. 은주도 저랑 같은 이유라고 오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태형은 “은주는 가족을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은주가 새롭게 시작하길 바래서 헤어지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할 만큼 김은주가 힘든 짐을 지고 있었음을 알게 된 이진숙은 가슴이 미어졌다. 딸의 이혼이 자신의 탓이라는 이진숙에게 김은주는 “엄마 때문에 지금 나 아주 잘 견디고 있다. 용감한 엄마 덕분에 잘도 살아남았다”며 마음을 전했다. 오해 대신 속 깊은 말로 서로를 생각하고 위로하는 모녀의 교감은 뭉클했다.
박찬혁의 고백 이후 집으로 돌아온 김은희는 “가족을 벗어나는 게 너무 간단해서, 가족의 울타리가 너무 헐거워서 외로웠던” 시절을 돌이켜 봤다. 오랜 남자친구의 배신과 흔한 위로조차 건네지 않는 가족에게 상처받았던 김은희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인생을 바꾸기 위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썼던 수많은 다이어리와 글을 보며 마음이 심란해진 김은희는 그때의 흔적을 모두 지우며 그 시절 자신과 작별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찬혁의 고백에 대한 대답에 앞서 김은희가 먼저 찾고 싶었던 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끼고 있던 반지 역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 김은희는 박찬혁에게 떨어진 자존감부터 추스르고 고백에 대한 답을 하겠다고 했다. 박찬혁은 “난 어쨌든 자신과의 1일을 선언한 너랑 오늘부터 1일을 해야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직진했다. 아직은 친구 사이지만 예전 같을 수 없는 두 사람은 나란히 걷다 손이 살짝 닿는 것도 어색하고 신경 쓰였다. 행인을 피하려다 잡게 된 손을 놓지 않던 찰나의 순간에도 낯선 설렘이 감돌았다.
한편 김상식은 정밀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충격에 빠졌다.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된 것. 기억의 회귀 역시 사고가 아니라 종양이 원인이었다. 일을 핑계 삼아 수술을 미루는 김상식에게 이진숙은 “애들 모르게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요. 다 낫고 자유롭게 살아요”라며 그가 건강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수술을 결심한 김상식은 영식(조완기 분)을 울산으로 돌려보냈다. 사람 좋은 영식이 아내에게만 유독 못나게 굴었던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김상식은 “사람 귀한 줄 알고 진득하게 기다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김은희와 김은주가 불쑥 김상식을 찾아왔다. “저한테 빚 갚듯 계산하시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산해드려야 한다”는 김은주의 말에 통장의 돈으로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김상식은 김은주에게 친아버지를 찾아보길 권했다. 매사에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김은주의 성격을 알기에 친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김상식의 배려였다. 그 사이 이진숙은 트럭을 처분하기로 했다. ‘복덩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트럭은 김상식의 삶 자체였다. 김상식이 청춘을 바쳤던 자리에 앉아 지난 세월을 가늠해보는 이진숙의 모습은 뭉클했다. 트럭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정신과 진료 노트 속에 끼워져 있던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 이진숙은 덧없이 흘려보낸 세월에 마음이 저렸다. 그리고 ‘못난’ 자신 때문에 화가 나고 죽고 싶었다는 김상식의 시간과 아픔의 무게를 마주한 이진숙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혼을 마무리 지으며 시어머니를 만난 김은주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병원에서 김상식, 이진숙 내외를 보고도 모른 척했던 시어머니는 두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큰 병임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김은주에게 사과 대신 소식을 전했다. 김상식의 컨테이너를 찾아갔을 때 마지막이기라도 한 것처럼 딸들과 사진을 찍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 김은주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가족들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또 있었다. 막내 김지우가 가족에게 벗어나 외국에 있는 여자친구의 곁으로 떠나게 된 것. 박찬혁은 “가족에게 알렸다간 발목 잡힐 것 같아서 도망칩니다”라는 김지우의 문자 통보를 김은희에게 전했다. 김지우에게 가족이란 울타리는 가뿐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존재였다는 사실에 김은희는 마음이 아팠다. 김은희는 “우리 가족 어떡해. 다들 진짜 아는 게 너무 없었다”라며 자책했고, 박찬혁은 “가족이어도 떠나고 싶으면 떠나는 거”라며 김지우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김지우 없이 수술실 앞에 모였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아 회복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김상식에게 심정지가 오게 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서로의 아픔과 진심을 들여다보며 한발 깊숙이 다가섰던 가족은 다시 문제와 직면했다. 김지우의 갑작스러운 외국행은 가족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서로를 이해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가족은 여전히 짐이자 벗어나고 싶은 무게일 수도 있었다. 윤태형과 ‘타인’이 된 김은주는 제3자의 입장에서 시어머니에게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아들보다는 명예가 중요했던 시어머니에게 김은주는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안전 막이 되기 위해 죄인처럼 사죄하고 자책했던 윤태형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은주는 그가 남들의 시선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수술을 비밀로 했던 김상식, 이진숙 부부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김상식의 위기, 김지우의 예상치 못한 선택은 이들 가족의 마지막 행보에 궁금증을 높였다.
한편 14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4.5% 최고 5.6%를 기록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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