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직격탄을 연거푸 맞은 법인 명의 아파트가 연말까지 부동산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내년부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급증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법인 매수 증가세와 맞물려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수도권과 지방 도시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법인 몰린 청주·화성·인천·울산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18개 시·군·구에서 법인의 매매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법인이 개인의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는 1만8172건으로 전체(34만9641건)의 5.20%였지만 일부 지역에선 10%를 넘겼다.
최근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곳일수록 법인의 매수 비중이 높았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충북 청주는 11.85%를 나타냈다. 최근 1년(9.29%) 집계치보다 높다. 청주 서원구(13.43%)와 청원구(10.83%)도 올 들어 전국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수도권에선 경기 화성(11.66%)과 인천 미추홀구(10.55%), 오산(10.52%) 순으로 법인 매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방에선 매매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 부산진구(11.04%)와 울산 남구(10.17%) 등이 두자릿수를 넘겼다. 경남 창원 의창구의 법인 매수 비중은 올 들어 5개월 동안 9.09%를 나타내 직전 5개월(3.74%)을 크게 웃돌았다. 팔용동 A공인 관계자는 “한꺼번에 여러 채에 갭투자를 할 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는 법인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자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개인과 명의를 분산하는 것만으로도 가파른 누진구조인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종부세는 과세표준이 분산되고 조정대상지역이더라도 중과세율의 양도세 대신 법인세로 세금을 정리한다. 단기 매매에 대한 세율 가산도 없다. 갭투자가 성행하는 지역에선 어김없이 법인 투자 비율이 높아졌던 이유다.
◆종부세 급증…“올해 안에 팔아야”
그간 법인 투자를 방조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에서 법인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렸다. 6·17 대책에선 법인세율 중과세를 부활시키고 종부세 공제액(6억)을 없앴다. 종부세율은 주택수에 따라 3~4%의 최고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20일여 만인 7·10 대책에선 아예 다주택 법인의 세율을 6%로 통일하고 세부담 상한까지 없앴다.
가령 2주택을 소유한 법인의 합산 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내년 부과되는 종부세액은 5700만원이다. 합산 공시가격이 25억원대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를 각각 가진 2주택자보다 세액(4900만원)이 높다. 과표 구간별로 세율을 따지지 않고 최고세율 6%를 단일세율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전년도에 얼마를 냈든 증가분의 상한도 따지지 않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반영되는 속도와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를 감안하면 보유할수록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인이 주택을 팔 때 치르는 법인세율도 올렸다. 종전엔 과표에 따라 10~25%의 법인세에 더해 10%포인트를 가산했지만 이를 20%포인트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1월 1일 이후 매각분부터 적용된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인상되는 종부세를 감당하지 않으려면 올해 안에 모두 처분하라는 의미”라며 “연말까지 법인 투자자들의 매각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인 투매가 일어나면 연말까지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법인 거래가 급증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취득세율과 양도세율 인상 등으로 이 물건을 받을 갭투자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