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경기 악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금통위는 판단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0%로 내려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광의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35조4000억원(1.2%)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유동성은 특히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6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원으로 5월 말 대비 8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매년 6월 증가액만 따지면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5억원 늘었고, SK바이오팜 등 공모주 투자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기타대출도 증가한 결과다. SK바이오팜 상장 당시엔 공모 청약에만 31조원이 몰리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금융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위원들은 저금리가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 필요성이 크지만 과도한 유동성에 따른 버블(거품)과 가계부채, 주택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에 추가적인 인하보다는 연내 금리를 동결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금융불균형 우려 확대는 추가적인 완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했다는 점도 동결을 지지하는 요소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 5월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낮출 당시, 이번 인하로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
다고 언급했다.
실효하한은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으로, 중앙은행이 실제로 인하할 수 있는 한계 금리 수준을 뜻한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보다 다른 정책 방안을 염두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때는 금리 이외 정책수단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며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가 연 0.5%로 제로(0) 수준에 근접한 만큼 경제가 더 침체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보다는 발권력을 동원한 국채 매입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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