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극을 피하는 동시에 올 들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0.2%)를 밑돌 것인 만큼 현재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집값도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리를 더 내려 유동성이 불어나면 부동산 시장이 한층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저금리로 유동성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통화량(M2·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불어난 유동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과 비교해 7.6% 올랐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6·17 대책’과 ‘7·10 대책’을 내놓은 정부와 공조하는 의미도 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 효과와 금융 안정 상황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에 전망한 ‘기본 시나리오’ 수준(-0.2%)을 밑돌겠지만 ‘비관적 시나리오’ 수준(-1.8%)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재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더 내릴 계획은 없다는 사인을 시장에 보냈다. 그는 “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 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기준금리의 하한선) 수준에 근접했다”며 “경기가 더 부진해지면 기준금리 외의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로 집값과 주가가 치솟는 등 금융 안정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더 낮출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올해는 동결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내년에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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