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 밝힐 키맨은 고한석

입력 2020-07-16 17:26   수정 2020-07-17 03:13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이를 둘러싼 의혹을 밝힐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사진)으로 좁혀졌다. 박 전 시장이 실종된 지난 9일 마지막으로 독대한 사람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바로 고 전 실장이어서다.

고 전 실장은 9일 오전 10시10분께 종로구 가회동 시장공관에서 나와 근처 길을 지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9시께부터 공관에서 박 전 시장과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실장이 다녀간 지 30분쯤 후인 오전 10시40분께 서울시가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로 당일 시장 일정 취소 사실을 알렸다. 10시44분께는 박 전 시장이 공관을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오후 1시39분쯤 박 전 시장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고 전 실장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고 전 실장은 15일 경찰에 출석해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9일 오전 공관에 방문했을 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나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의 사전보고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고 전 실장이 이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등과 관련해 정보를 파악하고 공관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서울시 내부에서 이미 상당수 직원이 관련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고, 8일 임 젠더특보와 비서실 직원 두 명이 박 전 시장과 심야회의를 했기 때문이다.

고 전 실장은 지난 4월 7일 비서실장에 임용됐지만 박 전 시장과의 인연은 짧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전 실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보기술(IT) 정책으로 학위를 받고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지낸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내는 등 스스로를 정치 전략가라고 불러왔다.

그는 비서실장으로 오기 전부터 가회동 공관에 종종 찾아가 박 전 시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던 이른바 ‘밤손님’으로 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대비해 박 전 시장을 전국민 고용보험의 상징으로 만드는 등 박 전 시장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다만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은 고 전 실장이 박 전 시장과 모든 심경을 공유하는 ‘복심’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에 박 전 시장을 독대했더라도 박 전 시장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는 몰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10일 임용 95일 만에 서울시에서 당연퇴직 처리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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