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총 1위 '마오타이'의 추락…하루새 30조 날렸다

입력 2020-07-17 13:53   수정 2020-07-17 14:20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백주 제조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주가가 하루 사이에 8%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약 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하루새 시가총액이 1740억위안(30조원)이 증발했다.

1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전 거래일 대비 138.53위안(7.9%) 하락한 1614위안에 마감했다. 2015년 8월24일 8.96%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 마오타이가 타격을 입게된 것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쉬에시샤오주(學習小組)'에 마오타이를 부패 연루 기업이라고 비판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글은 '맛이 변한(變味) 마오타이를 이제 누가 살까?' 제하의 글에서 "술은 마시는 것이지, 투기는 물론 부패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마오타이를 둘러싼 투기와 부패 행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오타이의 위안런궈 전 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해 체포된 이후 최소 13명의 임원들이 줄이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 글이 인민일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꼽힌다. 청(靑) 왕조 시절부터 구이저우성의 물과 수수를 원료로 사용해 만드는 술로, 평균 5년이 넘는 숙성 기간에 주조 방법이 까다로워 고위층을 위한 명주로 여겨졌다. 한 병당 공식 소매가격이 1499위안(약 26만원)이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온라인몰에서는 2000~3000위안(약 34만원~52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도 매년 10% 씩 상승하는 탓에 웬만한 주식보다는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일각에선 중국 인민인보가 직접 마오타이를 겨냥한 것은 중국 증시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환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 회복을 위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 자금을 공급하고 고강도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중국 증시는 꾸준히 강세장을 이어왔다

이에 힘입어 마오타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들어 주가 상승률이 48%에 달했다. 급기야 지난 6월에는 그동안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지난 16일 기준 약 2조위안(약 344조원)으로 삼성전자(약 325조원)보다 높고 시총 2위 공상은행과는 2600억위안(약 45조원) 차이가 난다.

중국 증시가 이례적인 상승세를 이어가자 2015년 '버블 붕괴'가 재현될까 우려한 당국이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해 대장주를 공개 지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NS글이 하필 중국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6일 전날 저녁에 게시된 점이 주목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8%로 코로나19 여파로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1.6%) 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최악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 증시에서 이른바 '궈자두이(國家隊)'라고 불리는 중국 민·관 금융기관이 최근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있는 점도 맥을 같이한다.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서 비이성적인 투기 과열을 우려한 당국이 선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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