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건강노트] 한 주먹씩 먹던 HIV 치료제, 이제 한 알만

입력 2020-07-17 17:10   수정 2020-07-18 02:04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3일 ‘2019 HIV·AIDS 신고현황 연보’를 발간했습니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당국에 신고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1222명이었습니다. 전년보다 16명(1.3%) 늘어났습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입니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입니다. HIV가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파괴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립니다. 면역기능이 약해져 여러 가지 감염증이나 질환이 발생하면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입니다.

영국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1986년 HIV 감염 진단을 받고 5년 뒤인 1991년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치료제가 없던 과거에는 HIV 감염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HIV 치료는 1987년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GSK의 HIV 치료제 지도부딘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치료제는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현재는 만성질환과 같이 장기적으로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환자의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HIV 치료제는 한 번 복용량이 30알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약을 한 주먹씩 먹었습니다. 지금은 하루 한 알이라는 획기적인 감소치를 보였습니다. 최근 GSK의 HIV 제약 계열사 비브헬스케어가 내놓은 도바토는 차세대 HIV 2제요법 치료제입니다. 이 약 개발 전까지는 HIV 치료를 위해 세 가지 약물을 한 알로 합친 약을 먹었습니다. 현재는 두 가지 약물을 하나로 합친 약을 복용합니다.

한 알만 먹으면 되니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환자와 전문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죠. HIV 감염인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HIV 감염인 10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HIV 치료제의 장기 복용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SK와 비브헬스케어는 임상에서 약물 개수나 용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검토한 결과 그 중 돌루테그라비르와 라미부딘 등 두 약물의 최적의 조합을 발견해 도바토를 개발했습니다.

GSK 관계자는 “약물 개수는 줄었지만 임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은 3제요법과 동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임상 결과를 근거로 미국 보건복지부(DHHS), 유럽에이즈임상학회(EACS) 등 해외 주요 기관의 HIV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도바토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것으로 개정했습니다.

HIV에 감염된 사람과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어도 HIV에 전염되진 않습니다. 음식에 들어간 HIV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HIV 감염인과 손을 잡거나 같이 운동해도 무방합니다. HIV는 성관계와 상처, 점막 등을 통해 상대방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감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규 감염인 1005명 중 821명(81.7%)이 이성 또는 동성 간 성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만큼 콘돔을 꼭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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