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없어서 못 판다"…SK, 中 왓슨에 추가 투자

입력 2020-07-17 17:16   수정 2020-10-06 16:07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뜨는 소재는 ‘동박’이다. 2차전지 필수 소재로 각광받으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기업을 사들이는 것도 모자라 해외 기업 지분투자까지 나서며 동박 확보전에 나섰다. SKC와 일진머티리얼즈는 설비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초 매물로 나왔던 동박 생산업체 두산솔루스는 7000억원의 몸값을 기록하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숨통을 틔웠다.

얇게 만드는 것이 핵심기술
SK(주)는 중국 동박 제조업체 왓슨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17일 밝혔다. 작년 4월 27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한 지 1년 만에 재투자를 결정했다. SK는 왓슨의 2대 주주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박 시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동박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동박업체들의 주요 고객사는 휴대폰 제조업체였다. 스마트폰 한 대에 동박이 4g 정도 들어가는데 전기차 한 대에는 1만 배인 40㎏이 쓰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 규모는 연평균 30% 성장해 2018년 1조원대에서 2025년 14조3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지용 동박은 얇게 만드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얇을수록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고 차량 무게는 줄일 수 있다. 구리를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 수준으로 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공정 기술과 설비 경쟁력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이 높아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고품질 동박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의 SKC와 일진머티리얼즈를 포함해 중국 왓슨, 일본 후루카와 니폰덴카이, 대만 창춘 등 5~6곳뿐이다.
2021년 말부터 공급 부족
배터리업계에서는 이르면 2021년 말부터 동박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부품·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K그룹이 동박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SKC는 올초 국내 동박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 5공장 투자를 결정했고 다시 3개월 만에 6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조지아주, 중국 장쑤성, 폴란드 등에도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주)의 이번 왓슨 지분투자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삼성SDI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공장 설비를 증설해 동박 생산량을 현재 연 2만6000t에서 2021년 5만6000t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려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올해 1만t, 내년에 추가 1만t을 늘릴 예정이었지만 고객사들의 공급 요청이 이어지자 올해에만 2만t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용과 전자제품 회로기판(PCB)용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올초 시장에 나오자마자 삼성, SK,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 금액은 약 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동박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벌어질 수 있다”며 “고품질 동박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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