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비하자"…토비스 등 강소기업들 시설투자에 1조원 베팅

입력 2020-07-17 17:35   수정 2020-07-18 00:21

국내 상장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규 시설투자에 1조원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국내 상장사들은 1조784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강소기업들은 과감한 시설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리튬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양극재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865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 2년치 영업이익(874억원)을 고스란히 미래 먹거리에 쏟아부었다. 카지노용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도 중국 다롄에 340억원을 들여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최근 3년 중 올 1분기 실적이 가장 나빴지만 투자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선 곳과 달리 대다수 기업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올 들어 신규 시설투자 공시는 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건)에 비해 25% 줄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8건)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에코프로비엠, 2년치 영업익 쏟아붓고…대덕전자 900억 시설 투자
"투자 타이밍 놓쳐선 안된다"…시설 설비·R&D에 선제 투자
금융위기가 촉발되기 이전인 2008년 상반기 100건이 넘는 신규 시설투자 공시가 쏟아졌다. 위기를 직감하지 못했던 기업들은 1월부터 7월까지 125건의 신규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며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올 상반기에 조사한 설비투자계획에 나타난 설비투자 규모는 153조8000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기업들이 밝힌 2020년 투자 계획(169조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투자’에서 생존 해법을 찾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촉발된 이후 1조원이 넘는 신규 시설투자 계획이 발표된 배경이다. 대덕전자는 지난 14일 내년 6월 말까지 총 9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기자본의 13.83%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신규 비메모리 반도체 플립칩 내장 기판(FCBGA) 수요 증가에 대비한 투자라고 밝혔다. 대덕전자의 투자 소식에 투자자들도 반색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3일 8500원에서 17일 1만2250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하루에만 5% 넘게 급등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소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한 에코프로비엠 역시 시장 확대 기대감에 올 들어 주가가 150% 가까이 올랐다.

양계업을 하는 동우팜투테이블도 17만7423㎡ 부지에 1500억원을 들여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다. 회사 측은 “품질 향상을 위해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하림에 이어 국내 닭고기업계 2위 업체다. 올 1분기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공급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한 육계업계가 치킨게임을 벌인 여파다. 동우팜투테이블은 품질 향상으로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클린룸 설비와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신성이엔지 역시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영업이익(97억원)보다 많은 122억원을 김제 모듈 공장에 투입한다. 코스닥 상장사 지란지교시큐리티, 디와이피엔에프도 연구시설 확장을 위해 각각 186억원과 2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마다 위기에 맞서는 방식이 있겠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한 기업일수록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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