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둘러싼 ‘비서 성추행’과 ‘피고소사실 유출’ 의혹 등이 불거지자 시민단체들의 ‘줄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활빈단은 서정협 서울시 부시장 등을 강제추행 방조죄로,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언유착 의혹’,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조국 사태’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의혹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기관은 수사에 나선다. 의혹에 그칠 뻔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해 권력을 견제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면 ‘묻지마 고발’의 남발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사안마다 검찰에 ‘해결사’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 단체들 다수는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은 아니다. 변변한 사무실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이나 자금이 잘 갖춰진 시민단체는 아닌 셈이다. 모 단체의 대표는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발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끊임없이 고발에 나서는 이유를 “사회정의를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김순환 사무총장은 “언론의 의혹제기-시민단체의 고발-검경의 수사-사법부의 판단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부정부패가 청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배 대표는 “돈 벌려고 고발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을까봐 후원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을 부추기고 지원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하지만, 이들은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고발단체들은 '고발'이 여타 다른 활동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활동이라고 본다.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도 단체 차원에서 고발장을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데다, 성명서 발표나 기자회견 등 다른 활동에 비해 언론에 널리 보도되는 홍보효과도 우수하다는 것이다.
언론의 의혹보도 등에 기반한 ‘묻지마식 고발’도 적지 않은 만큼 수사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에 접수되는 고발장은 매년 늘고 있지만, 혐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되는 고발 사건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반이 ‘맹탕 고발’인 셈이다.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기도 전에 각하 처분하는 비율도 20% 안팎이다.
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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