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웨이는 1987년에 세워진 중국 통신 장비 제조 기업인데 지금은 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대가 됐습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2016년만 해도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5%로 스웨덴의 에릭슨에 이어 2위였는데, 2018년에는 31%로 세계 1위가 됐습니다. 삼성은 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은 여러 가지 제재를 통해 세계가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의심은 2008년 무렵부터 시작됐습니다. 화웨이는 당시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 기업 스리콤(3COM)을 인수하려고 시도했는데 미국 정부가 차단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중국 인민군과 유착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또 2018년 4월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발간한 ‘글로벌 5G 경쟁’ 보고서는 첨단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기업 제품 사용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습니다. 그해 10월에는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원조우가 캐나다에서 체포됐습니다. 미국이 요청해서 이뤄진 일입니다. 2020년 5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이 아닌 한국 등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한 제품은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둘째는 지식재산권 절취 문제입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레이 국장은 1000여 건의 지재권 절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에서 벌어지는 산업스파이 행위의 90%가 중국으로 귀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셋째는 경제적 계산입니다. ‘10년 후의 경제는 5G 통신망 위에 구축되는데 미국은 뒤처졌다. 중국에 선두를 뺏길 수 없다. 어떻게든 선두를 쟁취해야겠다….’ 이것은 화웨이 측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말이지만 미국에 이런 속셈이 없다고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화웨이 특허 중 고품질 특허라고 할 만한 것이 1100개 정도인데, 그중 외국에서 사들인 것이 355개라고 합니다. 고품질 특허의 3분의 1은 외국에서 사들인 것이죠. 중저품질의 특허까지 포함해 화웨이가 외국에서 인수한 특허가 530개인데, 그중 IBM 야후 등 미국 것이 절반 정도인 250개이고 한국 특허도 99개나 됩니다. 이제 이런 식의 기술 확보 루트는 대부분 끊어지게 생겼죠.
또 다른 기술 확보 루트는 해외 두뇌 영입입니다. 화웨이는 전 세계 170개 나라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모토로라 같은 곳에서 밀려난 엔지니어들을 파격적인 대우를 하며 스카우트하는 것이죠. 패턴트 리절트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 최고의 엔지니어 30인 중 미국과 캐나다 출신이 17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루트들이 차단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중국에 협조하는 자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서방 국가의 기술과 인력 시장으로부터 디커플링(관계 단절)돼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삼성도 크게 영향받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5G 장비가 서로 상황이 다릅니다. 반도체 매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화웨이가 삼성에 7나노급 반도체 공급을 요청했지만 삼성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제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삼성전자는 에릭슨, 노키아와 더불어 5G 장비의 공급자인 만큼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차세대 통신망의 디커플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기업에는 위험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김정호 < 서강대 겸임교수 >
② 미국이 안보 등의 이유로 자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못 하도록 요구하는데, 통신망이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중국이 주도하는 진영 등 둘로 나뉠 가능성이 클까.
③ SK텔레콤이나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면 한국 기업들도 미국 입장에 동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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