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전의 세상은 불편했다. 무언가를 위해서는 수고가 들고, 기다려야 했고, 담당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랐다. 유통에서도, 광고에서도, 출판업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런 불편함은 대안이 없었던 탓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고, 테크놀로지 기업이 등장하자 많은 것이 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화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처리되고, 오래 걸리지 않으며, 서비스의 질은 언제나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금융은 디지털 세상 전후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아마존의 ‘원클릭’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원클릭은 클릭 한 번으로 결제와 발송이 완료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매번 결제정보와 배송지를 입력하는 수고를 기울이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역시 원클릭 서비스의 오프라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원클릭 정신은 플랫폼 기업들의 ‘페이 서비스’로 이어진다. 페이 서비스는 본사 홈페이지 이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도 자사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등록된 정보를 이용해 구입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다. ‘아마존 페이’ ‘네이버 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존과 네이버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아마존과 네이버 계정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다. ‘스마트 스피커’와 ‘아마존 대시 버튼’ 모두 같은 맥락이다. 주방에서 그저 ‘우유 한 통만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혹은 인터넷과 연결돼 있는 아마존 대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미리 설정해둔 상품의 주문과 결제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캐시 서비스’는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예금’ 기능이다. 예금은 은행의 3대 업무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다. 플랫폼 기업은 기프트 카드나 캐시 형태로 유사 예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 기프트 카드는 아마존 내에서 쇼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원하는 금액을 미리 충전해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충전할 때마다 포인트가 지급된다. 은행이 예금에 제공하는 이자를 포인트가 대신하는 셈이다. 캐시 서비스는 은행의 예금 기능과 좀 더 비슷하다. ‘캐시’란 아마존 계좌에 미리 입금해둔 현금을 의미한다. 미리 입금해두면 계정을 만들고 계좌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미국 연방예금공사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3350만 가구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캐시 서비스 이전에 이들은 아마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없었지만 캐시 서비스로 인해 아마존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일부 플랫폼 기업은 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마존 렌딩’이 대표적이다.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판매 사업자들에게 단기 운영 자금을 융통해준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5일 안에 대출이 완료돼 적시에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사업자의 매출이 자동으로 상환금으로 전환돼 상환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존은 유사금융 서비스의 선구자이지만, 전자상거래 이외의 많은 플랫폼 기업도 금융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성장 순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금융이라는 수단을 통해 생활 서비스 전반을 자신들의 플랫폼 우산 아래 두고자 한다. 플랫폼 기업의 기하급수적인 성장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원동력으로 금융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들이 페이와 캐시 등의 유사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명 이들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의 편리함과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플랫폼 기업에 금융 서비스가 지니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그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간접적인 연쇄효과에 주목해 정책과 제도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가속화
사회 전체 효용성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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