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붕괴에 쇼트하고 싶어요.”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참 앞둔 2005년 어느 날 마이클 버리 박사(크리스천 베일 분)는 투자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말한다. 마이클은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찾아 모기지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사겠다고 제안한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실제로 파산하면 보상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과도 같다.
‘쇼트’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식 용어다. 주가가 떨어진 뒤 싼 가격에 다시 되사 갚아 차익을 내는 기법이다. 시세가 오를 거라고 판단해 매수하는 ‘롱’과는 반대다. 영화 제목 ‘빅쇼트’는 말 그대로 하락장에 ‘크게’ 베팅한다는 뜻이다.
영화는 2005년 금융위기가 벌어지기 전 견고할 것만 같았던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거라는 마이클의 예측으로 시작한다. 마이클이 쇼트한다는 소식은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분)의 귀에도 들어간다. 자레드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의 헤지펀드사를 찾아 주택시장 폭락에 ‘투자’를 권유한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마크가 만난 스트리퍼처럼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대출해준 것이 뇌관이 됐다. 미국의 주담대는 프라임, 알트-A, 서브프라임 등 3등급으로 구분된다. 서브프라임의 신용도가 낮다 보니 대출 금리는 프라임보다 연 2~4%포인트 정도 높다. 2002년 말 3.4%에 불과했던 서브프라임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말 13.7%까지 치솟는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2004년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며 서브프라임 금리도 올라갔다.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저소득층 차입자들은 내야 할 이자가 크게 늘자 원리금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제이미(핀 위트록 분)와 찰리(존 마가로 분)는 한때 대형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분)의 도움을 받아 주택시장 하락에 쇼트를 취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던 ‘우량’ AA등급 채권까지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한다. 일생일대의 거래에 성공한 제이미와 찰리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평생 돈만 밝히는 은행에 환멸을 느꼈던 벤은 소리친다. “만약 우리가 맞다면 사람들은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너희들은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 명이 죽는다는 건 알아?”
경기가 침체되자 미국은 경기 부양책으로 양적완화에 나섰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도 증가해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 <그래프>에서 화폐 공급곡선이 MS1에서 MS2로 이동하면(화폐 공급량이 늘면) 균형이자율은 r1에서 r2로 하락한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주어진 물가 수준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는 늘어난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는 가슴 아픈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된다.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연금, 퇴직금, 예금, 채권 등 5조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6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미국에서만 말이다.”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0full@hankyung.com
②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실제가치보다 오르는 거품경제(bubble economy)가 발생하는 이유와 그 급격한 붕괴를 막는 방안은 무엇일까.
③ 주식·부동산 가격의 폭락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미리 하락에 베팅해(쇼트 포지션) 큰 수익을 얻은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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