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신탁의 신용도에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동산 신탁사에 대한 신용 경고를 잇따라 내놓으며 신용도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우리자산신탁의 신용도만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어서다. 다른 부동산 신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 덕분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우리자산신탁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금부담이 낮은 사업포트폴리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영업능력과 비용 효율성이 우수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관투자가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다른 경쟁 업체들에 비해 신용도가 부각된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0일 우리자산신탁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으로 A2-를 매기기도 했다.
우리자산신탁은 전업 부동산 신탁사다. 관리형·차입형 토지신탁, 담보신탁, 분양관리신탁, 대리사무 업무를 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가 지분 5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우리자산신탁은 전국적으로 분포한 영업조직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을 하고 있다. 영업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우리금융 산하 자회사로 편입돼 앞으로 연계 영업을 통한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 신규 수주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자산신탁은 올 3월 말 기준 총 21건의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을 하고 있다. 착공 사업장 11건의 평균 계획 공정률은 21.3%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실제 공정률은 22.5%로 준공 위험과 책임준공확약 관련 우발 리스크(위험)가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자산신탁은 비토지신탁과 대리사무를 주로 해 업권 평균 대비 토지신탁 수익의 의존도가 낮다. 총 토지신탁 수익에서 관리형 토지신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포트폴리오의 특성상 분양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다. 수수료 수익을 통해 판매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대응하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은 우리금융의 통합적인 위험 관리 아래 차입형 토지신탁을 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경쟁 업체들에 비해 보수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기자본 범위 안에서 신탁계정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경쟁 업체들에 비해 부채비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우리자산신탁의 부채비율은 44.5%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탄탄한 신용도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의존도가 높지 않아 신탁계정대·유가증권 등 위험자산 비중 역시 낮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신탁사가 고유계정을 통해 사업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부담이 크다. 주택 경기 침체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신탁계정대의 자산건전성도 떨어지게 된다.
우리자산신탁이 관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은 총 9개다. 신탁계정대 규모는 638억원이다. 전체 사업장의 예정 분양률은 78.9%, 실제 분양률은 64.8%로 계획 대비 부진하지만 예정 공정률과 실제 공정률은 70%대 후반으로 양호하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무차입 기조도 우리자산신탁의 신용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낮은 차입형 토지신탁 의존도로 신규 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보유 유동성에 기반해 내실 있는 유동성 대응능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주요 사업인 비토지신탁 부문에서 경쟁 심화로 신탁보수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들어 부동산 신탁사의 신용 강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신탁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차입형 토지신탁의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상태라 늘어나고 있는 미분양을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국내 차입형 부동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015년 말만해도 8000억원에 못 미쳤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큰 부동산 신탁사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집중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토지신탁의 CP 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기업 신용등급(A)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토지신탁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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