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 대법관 덕에 벼랑끝 기사회생한 이재명 "진실이 거짓 이긴다"?

입력 2020-07-17 11:08   수정 2020-07-17 11:12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

"그런 일 없습니다. (중략)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직전 한 TV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56) 경기도지사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 지사는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적지 않은 대법관들이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 지사에 대해 대법원은 이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은)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며 "도민 여러분과 지지자, 민주당 당원 동지 여러분께 내내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비마다 저를 일으켜준 여러분이 계셨기에 진실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 어렵다" 파기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은 이날 의견이 7(파기환송)대 5(유죄)로 나뉘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이 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이 지사 측의 상고를 기각해야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은 이번 사건 재판을 회피해 빠졌다.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원심재판부인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성폭력 관련 추문으로 시장석이 공석이 된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는 최악의 대참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앞서 1심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달리, 2심은 유죄로 판단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된 때 당선무효가 된다.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중 다수의견을 낸 김 대법원장,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권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반대의견을 낸 5명 중 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 시기 임명됐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이 지사는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했고,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이 지사가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법원 '이재명 파기환송' 결정에 "괴이한 논리"

이같은 판결에 검사 출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선거법상 허위사실도 적극적 허위사실과 소극적 허위사실이 있다는 것을 이번 이재명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알았다"면서 "적극적 허위사실만 처벌되고 소극적 허위사실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괴이한 논리도 처음봤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사법부만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면서 "앞으로 거짓말도 소극적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말이 널리 유행할 것이다. 참 한심한 나라다"라고 꼬집었다.



손수호 변호사는 YTN 뉴스에서 "이 사건이 처음부터 전원합의체로 간 게 아니라 당연히 소부에서 판단했다"면서 "그런데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것인데 총 14명의 대법관 중 2명이 회피했고 남은 대법관이 대법원장까지 해서 12명인데. 7:5 판단이 나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만약 여기에서 1명의 대법관이 판단을 달리했다면 6:6이 될 수도 있었다"면서 "6:6이 되면 결과가 상당히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법원조직법에 보면 합의의 방법이 규정되어 있는데 홀수여서 한쪽의 의견이 과반수가 되면 문제는 없지만 과반수에 이르는 의견이 없을 때는 원심 재판을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당선무효까지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아슬아슬한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오물을 뒤집어 썼다'고 할지라도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고 당당히 말하기 전 무죄 취지 판결에 반대한 대법관이 5명이나 된다는 것을 이 지사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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