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 하반기 최대 변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 겁니다. 기업들의 경영 관련해서 말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은 지난해 말과 올 초 수립했던 연간 경영 전략이나 재무 목표를 상당 부분 수정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사업과 재무 환경의 많은 부분이 예상과 달리 진행된 탓입니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많은 기업들이 사업과 재무 전략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면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가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코로나19 영향, 장마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섭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는 상당 폭 완화됐지만 지난 4월 예상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습니다. 다수 업종의 사업 환경과 신용등급 전망 역시 비우호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국내에선 확산 속도가 상당히 늦춰졌지만 최근 지역 감염이 끊이지 않는 등 재확산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며 "국내 실물 경기는 정부의 재정 투입 등으로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저하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증권업과 음식료업을 제외한 다수 업종의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이거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대표 산업 몇개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항공 산업입니다.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이 지속되면서 항공 업황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단기적인 화물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여객 수요로 인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죠. 정부의 긴급 지원 등으로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은 줄었지만 높아진 업황 변동성과 부진한 영업실적 전망, 계열사 부담을 고려하면 여전히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이 거셉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성차 업체와 상위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그래도 우수한 재무완충력을 바탕으로 신용위험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업체들입니다. 중소 업체들은 운전자본 부담 증가 등으로 유동성 위험이 빠르게 증가할 여지가 있거든요.
한국기업평가는 "올 상반기 등급전망이나 신용등급 조정이 없던 업체라도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유 산업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올 2분기 이후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일부 회복되고 있어 재고자산 평가손실의 일부 환입이 예상되는 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수요 회복에 기반한 정제마진 상승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 다각화 관련 투자 규모가 큰 업체들의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있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입니다. 유통과 철강 산업 역시 각각 소비심리 제약과 고정비 부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과 음식료 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용도 전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음식료 산업은 필수재 특성상 안정적인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거든요. 판촉 경쟁 완화로 업계 평균 수익성도 좋아졌고요. 올 하반기에도 가공식품 수요 성장과 해외 판매 호조 등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습니다.
증권 산업은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을 모두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 2분기 이후 자본시장이 안정화 양상을 나타내면서 대규모 금융상품 평가손실의 회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비축하고 있어 환경 대응능력이 올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것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물론 자본적정성 지표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부담 수준이 컸던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시장지위를 높이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만큼 올 하반기 기업들의 신용등급 기상도는 조금 더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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