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커지는 그린벨트…해제 여부 두고 '아무 말 대잔치'

입력 2020-07-19 14:17   수정 2020-07-19 14:26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심지어는 행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제시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를 명확하게 반대한 것은 아니다. 검토한다는 언급조차 그린벨트 해제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한 셈이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김 실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시장엔 그린벨트 해제를 사실상 확정했다는 것으로 비쳤다.

정 총리의 발언도 김 실장과 취지는 같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더 부각하면서 해제 신중론에 힘을 실어줬다. 정 총리는 '서울시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와 공급대책 태스크포스 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확대 발표 방안에 넣으려면 직권 해제를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정 총리가 부정적인 의사를 표한 만큼 직권해제 카드는 여의치 않게 됐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가세했다. 이 지사는 "서울 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등의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낮아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값은 못 잡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한정된 자원인 땅에 돈이 몰리게 하면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놓칠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썼다.

환경단체 등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어렵사리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부동산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검토 대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본격 추진할지 여부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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