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법무장관·경기지사까지…그린벨트 해제에 쏟아진 훈수

입력 2020-07-19 14:22   수정 2020-07-19 15:28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체를 두고 정치권과 청와대, 정부에서 백가쟁명 식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청와대 언급에 이미 찬반 논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당·청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며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정책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언급했다. "거기(그린벨트 해제)에 관련된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그린벨트를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서울시를 설득한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날 이에 대해 "해제하는 쪽으로 정리되기보다는 의논하는 과제로 삼기로 했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님 말씀을 자세히 봤더니 제가 이해하는 쪽이 맞다"고도 설명했다. 정 총리가 나서 김 실장의 발언의 의미를 축소한 셈이다.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린벨트해제에 대한 신중론으로 읽힌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해제를 추진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권 사용이 필요하지만 정 총리는 이날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민주당 소속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그곳은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청이 검토하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서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썼다. "이것(그린벨트 정책)을 문재인 정부라고 갑자기 바꿀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그린벨트 해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추 장관이 당정이 검토하는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추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그린벨트 해제에 온도차를 보이면서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날 정 총리는 공급대책 발표 전 나오는 관계자들의 의견 표명에 대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정제된 공급대책을 만들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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