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펀드 -1.3%, 국내 ETF 0.37%…수익률에서 밀리는 공모펀드

입력 2020-07-19 17:31   수정 2020-07-20 01:15

“어느덧 10년차 매니저가 됐지만 한 번도 공모펀드 시장 상황이 좋았던 적이 없었어요.”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의 평가다. 그는 공모펀드의 위기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공모펀드, 특히 매니저가 주식을 직접 선택해 운용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지난 10년사는 끊임없는 자금 유출의 기록이다. 10년 사이 유출된 설정액이 35조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에 대체재인 상장지수펀드(ETF)는 급격한 성장을 거듭했다. 올 들어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지면서 증시에 막대한 개인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들조차도 공모펀드를 외면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9조883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54조7266억원)에 비하면 34조8432억원이 줄었다. 이 10년 동안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매년 감소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고스란히 ETF 등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로 흘러갔다. 올 상반기 기준 ETF의 순자산은 45조3571억원. 2010년 말보다 39조2993억원 늘었다. 원인은 수익률이다. 올 들어 568개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3%. 같은 기간 국내 ETF는 평균 0.37%의 수익을 올렸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펀드매니저들은 벤치마크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면 만족하지만 보수를 내는 투자자는 절대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며 “코스피지수가 10% 빠졌는데 자신의 펀드가 8% 손실났다고 좋아할 투자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 공모 주식형 펀드라는 상품 자체가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지수가 한때 1400대까지 하락했지만 증시 문을 두드린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보다 직접 투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 올해 증시에 유입된 개인 자금만 42조1847억원에 달한다.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와 직접 투자로의 유출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패시브 자금 비중이 액티브를 추월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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