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상한 부동산 정책, 황당한 부동산 정치

입력 2020-07-19 18:40   수정 2020-07-20 00:12

차마 부동산 정책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도대체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거래를 활성화해 주택가격이 조속히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할 것이다. 거래세와 보유세, 양도세의 동시 인상은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하면서 결국 거래를 감소시켜 주택가격이 제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거래가 끊긴 주택시장은 언제든지 급등락을 거듭할 수 있는 불안정한 시장이 되고, 그만큼 국민의 불안도 커지게 된다. 실수요자가 살고 싶어 하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정부가 정공법을 외면하면서, 더욱 ‘거래절벽’을 유도하고, 공급 확대를 차단하는 것을 보면 다른 정책목표가 있을까 하는 의심조차 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집값을 상승시켜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하기도 한다. 음모론적인 시각이고, 나는 이 음모론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정책 목표는 집값 하락일 수 있다. 통계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이나 중위수 기준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약 50% 상승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목표가 서울 주택가격을 출범 초기인, 지금의 반값으로 만드는 것일까? 만약 서울 아파트가격이 반값으로 하락한다면 전국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개인 자산 및 소비 감소, 금융회사 부실화 등을 유발시켜 거대한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될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목표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고 ‘부동산 정치’라고 봐도 황당함은 덜해지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치는 실수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거나, 주거비용을 완화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 정부는 ‘아주 나쁜’ 투기꾼을 핀셋으로 잡는 정책을 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애꿎은 서민·중산층의 시름만 깊어간다. 주택을 소유한 대부분의 서민·중산층은 성실하게 일하고, 대출금을 갚으면서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산 죄밖에 없는데, 주택을 소유했다는 죄목으로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는다. 은퇴한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수개월 생활비와 맞먹는 재산세 고지서를 받는다. 이들은 또 무슨 죄를 지었나?

임차인의 고통은 더 심각하다. 금리가 내려가고, 집값이 올라가고,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니 전셋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임차인의 권리가 많아지는 대가가 전셋값에 선반영되면서 전셋값이 천장을 뚫을 기세로 요동친다.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는 더욱 큰 고통과 절망을 안겨준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 전세를 찾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희한한 부동산 정치다.

이상한 부동산 정책과 황당한 부동산 정치는 한국의 조세 운영 시스템도 왜곡시키고 있다. 공시지가와 공정가액비율을 통해 재산세를 급등시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재산세의 미세한 조정이 아닌, 최고 30%까지의 세금 조정은 법률이 시행령에 허용한 위임 범위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직제에 근거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담당해야 할 부동산 관련 세제업무가 국토교통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내가 경험한 세제실은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긍심으로 뭉쳐있던 조직이었다. 그러나 이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효과도 불분명한 부동산 세제의 변화에 대해 그들은 어느새 할 말을 잃은 듯하다.

부동산 문제는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뒤얽힌 경제문제다. 부동산 정치로는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없다. 집값 수준에 집착하지 말고, 주택가격 안정화를 추진하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 주택은 정부에 오기와 정책실험의 대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다. 정부가 정말로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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