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베스트바이 등 글로벌 가전제품 유통업체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됐던 소비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TV가 끌고 가전이 밀고
‘선봉’을 맡을 제품은 TV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의 절대강자다. 2006년 와인 색깔을 입힌 ‘보르도 TV’를 내놓으며 TV 업계의 맹주였던 소니를 꺾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14년간 삼성전자는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분기 매출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15년 연속 1위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고가 제품 라인업 덕분이다. QLED TV를 중심으로 2500달러 이상 시장,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 제품을 고집하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삼성전자는 올해 QLED 8K 모델 수를 두 배로 확대했다.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고화질 제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TV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에 발맞춰 75형 이상 모델 수를 작년 11개에서 19개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QLED TV 외에도 소비자들의 개성을 반영한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TV를 속속 내놓고 있다. ‘더 세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에 이어 이달 미국에서 선보인 ‘더 테라스’까지 총 4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생활가전 부문에선 개인화된 프리미엄 가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모토는 ‘프로젝트 프리즘’이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채로운 색상으로 투영되는 것처럼 삼성 가전이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결과물은 지난해 6월 나온 비스포크 냉장고다. 패널의 색깔을 소비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올해 1월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그랑데 AI’ 세탁기와 건조기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프로젝트 프리즘 효과가 먼저 드러난 것은 한국 시장이다. 올 상반기 냉장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었다. 세탁기와 건조기 매출 역시 그랑데 AI 출시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각각 35%와 60%에 달한다.
하반기엔 가전제품 선택의 폭이 더 다양해진다. 오는 9월엔 와인과 맥주, 화장품 등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소형 냉장고 ‘큐브’를 선보인다. 신발건조기 등 마니아를 겨냥한 제품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도 반격 채비
올 1분기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A51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갤럭시 A51은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그외에도 갤럭시 S20플러스(1.7%·3위), 갤럭시 A10s(1.6%·4위), 갤럭시 A20s(1.4%·6위) 등의 히트작을 내놨다.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프리미엄급 제품 판촉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과 협력해 지난 9일 내놓은 ‘갤럭시 S20+BTS 에디션’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퍼플 색상에 무광의 헤이즈 공법이 적용돼 보는 각도에 따라 색감이 다르다. 제품 하단엔 방탄소년단의 밴드 로고도 들어간다.
진짜 ‘괴물’은 8월에 나온다. 삼성전자는 8월 5일께 온라인으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어 하반기 신제품을 공개한다. 언팩 행사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행사로 대체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20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열 번째 제품이다.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노트20 울트라로 나뉘어 출시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를 종합하면 각각 6.4인치 디스플레이와 4300㎃h(밀리암페어시) 용량 배터리, 6.9인치 화면과 4500㎃h 배터리 등이 들어갈 전망이다. 접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갤럭시폴드의 후속작 갤럭시폴드2도 공개된다. 전작보다 내외부 화면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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