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계 제로’의 반년을 보낸 국내 기업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출시 시점을 미뤘던 신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마케팅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베스트바이 등 글로벌 가전제품 유통업체들이 속속 문을 여는 등 위축됐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시장도 소비자도 코로나19 장기화를 전제로 판매와 구매 활동을 재개했다는 얘기다.
마케팅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LG전자는 ‘LG 벨벳’ 공개 행사를 온라인 패션쇼 콘셉트로 진행했다. LG 벨벳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오묘한 컬러를 소개하는 ‘온라인 테크 세미나’도 개최했다. 지난달 30일엔 초(超)프리미엄 ‘LG 시그니처 와인셀러’를 알리기 위해 세계적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과 함께 미국에서 온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세계적 와인평론가가 직접 선별한 와인을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전달하고 행사에 맞춰 실시간으로 각자 와인을 맛보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도 대동소이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는 성능의 신차와 강력한 보장 프로그램 등을 앞세워 글로벌 수요 침체를 돌파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1월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를, 3월엔 신형 G80를 출시했다. GV80는 출시 3개월 만에 연간 판매 목표(2만4000대)를 뛰어넘었다. G80는 출시 첫날 2만2000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소형 SUV GV70를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올해 초 내놨다. 준중형 SUV 투싼도 곧 나온다.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쏘렌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업계 최고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미니밴 카니발의 새 모델도 출격 대기 중이다.
현대차는 ‘실직자 구제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현대차 어드벤티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차를 산 뒤 실직 등의 사유로 차량 유지가 어려워지면 차를 반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경우 남은 할부 금액은 내지 않아도 된다. 출고 뒤 한 달 내 차종을 바꿀 수도 있다. 기아차는 구매 후 5년까지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는 ‘기아 VIK 개런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차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신차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의 주문 아래 하반기 디지털 역량 강화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LG전자와 손 잡고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선보인다. 올해 안에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전기차(EV) 충전소, 수소 충전소를 통합한 복합주유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작년 롯데케미칼과 합작사를 설립한 GS에너지는 전기·전자제품 및 의료기구 제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전기차 관련 부품·소재 사업을 강화한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바탕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기부금 적립 제휴처를 확대하고 지역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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