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성향을 추구하는 자동차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낮고 굵직하게 울리는 배기음이 그것이다.
아우디가 최근 선보인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더 뉴 아우디 S8 L TFSI’에는 이러한 배기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성능 차의 배기음을 즐기기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4일 아우디 코리아가 개최한 ‘아우디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아우디 S 모델을 모두 시승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최고의 성능 (Sovereign Performance)’의 첫 알파벳을 딴 아우디 S 모델은 아우디 세단 A 모델에 뛰어난 동력 성능을 더한 모델이다. 이 행사에서 S6, S7, S8 L을 직접 몰아볼 수 있었다.
특히 아우디 S 모델의 정점에 있는 더 뉴 S8 L은 4.0L V8 TFSI 엔진과 8단 팁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571 마력, 최대 토크 81.58kg.m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스포츠카라 부르기 손색이 없는 3.9초를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250km/h(안전 제한 속도), 연비는 복합 기준 7.2km/L다.
S8 L은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 A8 L을 바탕으로 한 만큼 넓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S8 L의 전장·전폭·전고는 5310·1945·1485mm이며 축간거리는 3128mm이다. 전 좌석에 전동, 메모리, 열선, 통풍 및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시트가 탑재됐다. 뒷좌석에는 주행 중 이용할 수 있는 모니터까지 달려있다. 최고급 세단에 어울리도록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하차경고 시스템’, ‘교차로 보조 시스템’, ‘프리센스 360’, ‘헤드 업 디스플레이’ 등 안전을 위한 지능형 시스템도 빼곡하게 담겼다.
S8 L에 올라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기어노브 마감이 A8 L은 가죽이었지만, S8 L은 카본이라는 정도의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실내에서 A8 L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스포츠카를 떠올리면 누구나 생각할 우렁찬 배기음이나 가볍게 느껴지는 떨림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주행 모드가 성능을 제한하고 연비를 높인 에코 모드로 설정되어 있기도 했지만, 플래그십 세단인 A8 L과 거의 동일한 승차감도 느낄 수 있었다.
S8 L의 진면목을 느끼고자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변경했지만, 마찬가지로 배기음은 들리지 않았다. 액티브 서스펜션이 노면을 훑었고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자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성능을 보여줬음에도 귀는 여전히 심심했다. S8 L의 가격은 2억500만원이다. A8 L보다 약 5000만원 비싸다.
이성적인 주행 성능에 있어서 S8 L이 어지간한 자동차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고성능 차량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감성은 부족했다. 스포츠카라면 정지 상태에서도 부릉대는 배기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곤 하지만, S8 L은 4000RPM을 넘겨서야 잔잔한 배기음을 들려줬다.
그나마도 1초 정도 배기음의 존재만 확인하고는 페달에서 발을 내려야만 했다. 최고출력 571 마력, 최대 토크 81.58kg.m의 성능을 지닌 S8 L이 4000RPM을 유지하며 계속 달리면 도로 제한속도는 우습게 뛰어넘는다. 사실상 배기음을 듣기 어려운 차라고 할 수 있다.
아우디 관계자는 "S8 L을 타보고 아우디 S8의 배기음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국내 출시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배기음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드십 슈퍼카 R8의 인증도 험난했다. 일부 모드를 제외하고서야 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다"며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배기음을 즐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S8 L의 CO2 배출량은 246.0g/km이며, 올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지켜야 하는 CO2 배출량은 97g/km이다. 아우디의 경우에도 S8 L을 판매하며 초과된 CO2 배출량은 e-트론 등 친환경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팔아 만회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자동차들은 환경 규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점차 (고성능 자동차를) 즐기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전기차의 경우 고속에서 전비(전기차의 연비)가 급격히 낮아지기에 고성능 차량이 나오기 어렵다. 때문에 가상배기음 등을 다루는 시장도 생겨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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