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수돗물 벌레' 신고…정부, 뒤늦게 "긴급 점검"

입력 2020-07-20 17:28   수정 2020-07-21 00:50


인천에서 시작된 ‘벌레 수돗물’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 경기 등 전국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19일까지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166건으로 집계됐다. 인천시는 공촌정수장에 있는 활성탄 여과지에 날벌레가 알을 낳으면서 생긴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로를 거쳐 각 가정 수돗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는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정수처리 시설이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되레 유충이 자랄 환경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수돗물 유충 신고는 서울과 부산 등으로 퍼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는 19일 오후 11시께 중구의 한 오피스텔 욕실 바닥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붉은 벌레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거주자는 샤워를 막 마친 뒤였다.

상수도사업본부 조사 결과 이 유충은 인천의 사례처럼 정수장과 수도관을 통해 유입된 벌레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이 오피스텔의 지하저수조와 인근 배수지 저수조 등을 조사했지만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수도관이 아니라 다른 경로에서 유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산과 충북 청주에서도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유충의 유입 경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생수와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온라인쇼핑몰 위메프에 따르면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13일부터 1주일간 샤워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16% 급증했다. GS리테일은 15일부터 19일까지 인천 서구와 부평, 계양, 강화 등지에 있는 편의점 GS25 점포 50곳의 생수 판매량이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1%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A씨는 “서울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도꼭지와 샤워기 필터를 주문하고, 생수 수십 통을 구매했다”며 “이를 닦고,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고 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유충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전국 484개 정수장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물관리는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순환 보직으로 여러 곳을 돌다가 온 공무원이 이 업무를 맡다 보니 이런 사태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을 찾아내고 유충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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