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최대 펀드시장이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개방형 펀드 순자산은 26조달러(약 3경1270조원)로 유럽(19조달러)과 아시아·태평양(7조달러) 지역 펀드 순자산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한국의 공모펀드 격인 ‘뮤추얼펀드’가 21조달러로 약 81%를 차지한다. 전년보다 약 3조달러, 10년 전보다는 약 10조달러 불어났다. 순자산 증가는 펀드로의 자금 유입과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을 뜻한다. 이수연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미국에선 뮤추얼 펀드가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중산층의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뮤추얼 펀드 투자자는 1억180만 명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45.5%가 펀드에 가입해 있다. ICI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뮤추얼 펀드에 긍정적(매우 긍정적 15% 포함)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가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액티브 뮤추얼 펀드가 여전히 전체 순자산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인덱스 뮤추얼 펀드(19%)와 ETF(19%)에 들어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뮤추얼 펀드를 믿는 이유는 미국 증시가 꾸준히 오르며 수익률이 높았던 점도 있지만, 운용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혁신과 신상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델리티, 뱅가드, 프랭클린템플턴, 핌코, 티로프라이스 등은 모회사의 지원이 없는 독립형 자산운용사로, 오로지 실력으로 대결을 벌이며 성장했다.
전문성을 가진 판매 채널도 뒷받침됐다. 미국도 1970년대까지는 주로 증권사 지점을 통해 펀드를 팔았다. 이후 운용사 직접 판매와 펀드슈퍼마켓이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독립 자문업체들이 생겨나 따로 자문료를 주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형태가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일부 펀드로의 쏠림 투자나 고점 투자가 적은 이유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펀드산업이 침체에 빠진 것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 등을 활성화해 투자자들에게 전문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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