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의 지주회사인 GC가 캐나다에 있는 혈액제제 생산공장과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을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한다. 매각 규모만 5520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계약이다.
GC, 북미 혈액제제 사업 매각
GC는 그리폴스에 혈액제제 북미 생산 법인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인 GCAM 지분 100%를 넘기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GC가 여러 해외 계열사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계약 규모만 4억6000만달러(약 5520억원)에 이른다. GC는 이 금액에서 차입금 등을 정산한 나머지 금액을 받게 된다. 기업결합 등 승인 절차는 올해 9월까지 진행된다. 이후 60일 이내에 정산이 이뤄지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모든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캐나다 사업은 정리 수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GCBT는 연간 생산능력 100만L 규모의 혈액제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는 2015년 6월 이 공장을 착공해 2년 뒤인 2017년 10월 준공했다. 국내 기업이 북미에 세운 첫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이다. 투자 규모만 2억5000만캐나다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하지만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아직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해로 예상했던 공장의 상업 가동 시기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현지에서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을 구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 때문에 GC녹십자 본사 인력이 캐나다에 파견돼 인력과 기술 지원을 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도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한국에 있는 인력이 오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내년으로 예상했던 현지 법인의 자립 시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GC의 캐나다 사업이 ‘계륵’으로 평가된 이유다.
제약업계 “불확실성 해소” 평가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GC 캐나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동 시점조차 내다볼 수 없는 공장을 매각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GC가 과감한 결정을 한 데는 그리폴스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중장기 전략과 재무적 관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GC는 그동안 이원화돼 있던 북미지역 혈액제제 생산 구조를 한국법인인 GC녹십자로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캐나다 현지에 파견했던 인력을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충북 오창공장에 집중 투입해 국내 가동률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북미 사업 확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GC녹십자는 연간 140만L의 혈장을 처리할 수 있는 오창공장과 30만L 규모 중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70만L 규모의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진출 속도는 더욱 높일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의 미국 허가 신청을 올해 4분기 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아 2022년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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