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동 태릉골프장 인근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해제하지 않고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국공립 시설 용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태릉골프장과 붙어있는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포함하면 약 2만 가구의 ‘미니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프장과 맞닿아 있는 구리시 갈매지구에서는 새 아파트 호가가 단숨에 1억원 이상 뛰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가격도 뛰고 있다. 갈매동 갈매스타힐스(1018가구) 전용 84㎡는 호가가 6억5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날 7억원으로 높아졌다. 이 주택형 직전 최고가는 3월의 6억4700만원이다. 11일 6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던 갈매동 갈매와이시티(382가구) 전용 84㎡도 호가가 7억원으로 뛰었다.
갈매동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들 아파트 호가가 태릉골프장 개발 소식이 나온 이후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갈매동은 태릉골프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워 관련 개발 소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갈매동 S공인 관계자는 “태릉골프장 개발 가능성이 언급된 뒤 아파트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태릉골프장은 1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만난 사실이 전해지면서 개발 가능성이 본격 제기됐다. 당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태릉골프장과 같은 군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문 대통령이 20일 태릉골프장 개발 검토를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개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발이 확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와 환경단체 등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개발 확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선 안 된다는 게 시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그린벨트인 태릉골프장 개발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 그린벨트는 놔두고 애꿎은 강북 그린벨트만 풀어서는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이 확정되더라도 교통, 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태릉골프장과 가까운 갈매역에 경춘선이 지나가지만 배차 간격이 25분가량으로 서울 도심 접근이 쉽지 않다. 갈매동 H공인 관계자는 “태릉골프장과 갈매지구 인근에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2만 가구가 추가로 유입되면 교통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연일/최진석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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