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나 빅데이터 논의도 그래서 좀 더 큰 그림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국 산업단지에 어떻게 AI를 적용할 것인가. 국내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 47개를 비롯해 1220개가 넘는다. 총면적 14억2800만㎡에 10만40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고용인원은 220만 명에 이른다. 수출경제와 고도성장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과거’ ‘구식’ 제조산업으로서 경쟁력이 날로 추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독일의 사례를 보자. 1990년대 인터넷 시대에 미국에 밀렸던 독일은 21세기 들어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역전을 시도한다. 가정용 전자기기 등 분야에서 갖고 있는 독보적인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예측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드라이브를 걸었다. 독일 ‘산업 4.0’의 골자다.(알렉 로스 《미래 산업 보고서》)
산업단지에 입주한 각 업체가 이제껏 의미 없이 흘려보낸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고, 거기서 의미 있는 데이터들로 새로운 생산 방식을 만들어나갈 때 각 기업과 산업단지 경쟁력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정 분야 전문지식은 데이터 분석과 결합될 때 놀라운 힘을 낸다. 알렉 로스는 AI와 센서기술을 이용해 매초 200종의 정보를 측정해 목초 상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먹인 뉴질랜드 목장을 예로 들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지 1년 만에 뉴질랜드 소고기의 중국 수출은 478% 늘었다.
산업단지 전체를 AI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AI를 주도할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먼저다. 머신러닝과 알고리즘 등을 잘 아는 전문 인재도 길러야 하고 학습데이터를 입력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각 단지 내에 AI 전문 기업을 입주시키거나 특화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단지는 어쩌면 우리가 캐내야 할 데이터의 ‘보고’일 수 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이 AI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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