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하지만 강하게 빠져드는 8가지 '보험사기 유혹'

입력 2020-07-22 10:05   수정 2020-07-22 15:29

교통사고를 당한 A씨는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워져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은 의사의 진단서 발급으로 이어졌고 진단서는 모두 8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근거가 됐다. 보험금은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생명보험 등 3개 상품을 통해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인지지능이 저하됐다는 A씨가 운전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점을 들어 보험사기로 판단했다.

A시와 같은 사례는 흔하게 발견된다. 적극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의 은근한 권유에 마지못한 듯 넘어가기도 한다. 생명보험협회가 보험사기는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을 키운다며 강력한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보험사기 연루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1인당 평균 적발액 1천만원 넘어
26일 생명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7136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880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2016년 870만원에서 지금은 1000만원을 넘어섰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와 정비업체, 의료인 등 전문가가 연루된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면서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다”며 “더 이상 보험사기를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를 비롯한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음모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거나 편취한 보험금에 대한 환수 근거 담는 등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 연루됐을 때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사기 혐의자 정보를 경찰 등에 넘길 때 혐의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 의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법규와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과잉 의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급여와 비급여를 더한 총진료비를 보건당국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소개 시켜주고 돈 받으면 불법
생명보험협회는 일반인이 연루되기 쉬운 보험사기 유형을 제시하며 한 순간의 실수가 인생의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전문인 보험사기꾼이 아니더라도 여러 유형에서 보험금을 불법으로 챙길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자주 노출되는 유혹은 ① 피부미용과 성형, 마사지 등을 질병·상해로 둔갑시켜 허위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다. ② 도수치료나 고주파온열치료 등의 횟수를 부풀리거나 ③ 실질적인 치료없이 병원을 오가면서 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④ 임플란트 또는 ⑤ 백내장 수술 등을 하면서 중복으로 보험금을 타내려는 유혹에도 시달리기 쉽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⑥ 통원 치료를 해놓고 입원의료비를 달라고 하는 사례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⑦ 병원에 환자를 소개해주고 돈을 받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 이를 잘 몰라 낭패를 겪기도 한다.

⑧ 입원을 한 뒤에 수시로 외출을 하거나 특별한 치료를 받지도 않으면서 장기간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도 보험사들의 주요 적발 대상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불법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이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며 “보험사기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면허를 빌려 병원 영업을 하는 사무장병원의 경우 6월개내 의사 이직률이 45.5%로 일반 병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항생제 처방률은 일반 병원보다 13.1%포인트 높은 48.8%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없애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들도 이들 병원을 찾게 되면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연루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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