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소화기 내시경의 종주국으로 불린다. 일반인들에게 카메라, 렌즈로 유명한 올림푸스는 내시경 분야의 글로벌 1위다. 1990년대만 해도 내시경으로 소화기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이 낯설었던 한국은 K의료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지금은 일본과 대등하거나 일부 영역에선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의 치료 내시경 수준을 끌어올린 의사 중에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6)가 있다. 젊은 시절 일본의 선진 의료를 보고 ‘일본을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던 문 교수는 이제 미국, 유럽, 일본 등 학회, 심포지엄 등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일본에서 치료 내시경 연수를 받고 돌아온 심찬섭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병센터 소장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것도 영향이 컸다. 문 교수는 심 교수의 배려로 일본 도쿄 준텐도대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의료진, 의료기관 등 다양한 면에서 선진국의 면모를 확인한 그는 ‘나중에 꼭 이 분야에서 일본의 초청을 받아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다.
담도는 위나 대장과 달리 지름이 7~8㎜ 정도로 가늘고 십이지장에서 담도로 들어가는 길목이 급격히 꺾여 있어 일반 위내시경을 사용할 수 없다. 올림푸스가 개발한 담도 내시경 시스템이 있지만 비싼 데다 의사 2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문 교수는 “많이 구부러진 각도를 이겨내고 내시경을 올릴 방법을 연구하다 풍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시행착오를 거쳐 ‘간내 풍선을 이용한 직접 경구적 담도 내시경 검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2009년 8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한 뒤 이 결과를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실었다. 이 결과는 학회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세계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문 교수의 검사법은 아시아 지역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아시아 지역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는 매달 1~2회 이상 해외 학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세계 의료진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발표 때마다 한국의 전통문화, K팝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빼놓지 않는 ‘문화 전도사’ 역할도 했다. 그는 “우리에게 내시경 기술을 전수했던 일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던 독일에서 발표할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만성췌장염으로 췌관이 막히는 양성협착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을 느낀다”며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 대표적인 합병증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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