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점포 폐쇄 자제" 발언에…은행권 "답답하다" [이슈+]

입력 2020-07-22 11:12   수정 2020-07-22 11:22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에게 점포 줄이는 것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지점 감소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정책당국이 디지털화를 격려하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비용절감 노력, 점포 폐쇄 가속화 가능성…소비자 불편 우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윤석헌 원장은 은행들의 지점 폐쇄 확대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점이 줄어들면서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은행의 지점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 7681개였던 지점은 2014년 7383개, 2016년 7086개, 2018년 6752개, 2019년 6710개, 올해 3월 기준 6652개로 감소했다. 폐쇄된 지점수를 살펴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126개의 지점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폐쇄 지점수인 88개보다 많다.

윤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 급격하게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줄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가 비대면 확산으로 추세적으로는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정책·금융당국 '엇박자'…은행권 '답답'
윤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은행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지점 수를 줄여온 배경에는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가 있어서다.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서 기존 은행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본적인 은행 업무들은 모두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비대면화됐다. 디지털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고, 앱(응용프로그램) 안정화 작업에 나서는 등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대면 채널 확장으로 은행들이 아무 지점이나 마구잡이로 줄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에 따라 지점을 닫을 때 사전 영향평가를 거쳐 지점을 줄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는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고, 금감원은 이를 제지하는 뉘앙스"라며 "디지털화는 진행하면서 지점을 줄이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원장의 발언이)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금감원이 지점수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통제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송렬/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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