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여기에 휴대폰·가전 등 반도체 외 부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더해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4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이달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LG전자는 1757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매수에 집중했단 얘기다. 삼성전자를 한달 새 1조원 넘게 사들인건 지난해 1월 2조3351억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지난 3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에서 한달 동안 삼성전자를 4조9514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외국인에게 삼성전자는 곧 한국 증시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탓이다. 그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패시브 추종 자금은 밀물처럼 다시 밀려들어왔다.
증권업계서 꼽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비대면 관련주 위주로 오르던 상승장이 주춤하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경기민감주가 주목받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직 덜 올랐다고 외국인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에서 삼성전자가 디지털 뉴딜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시각이 커졌다는 게 고 센터장의 설명이다.
반도체 외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매수 매력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매수하면서도 SK하이닉스는 2497원어치 팔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사업 우려가 컸던 가전·휴대폰 부문이 3분기 들어 빠르게 개선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며 "하반기 반도체 업황은 디램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아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당분간은 반도체에 집중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가 더 유리하다고 외국인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인도 시장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중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삼성전자가 가전·휴대폰 부문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미국 통신사로부터 5세대이동통신(5G) 장비 수주 기대도 겹쳤다. 이르면 7월 중 수주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5G 장비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향후 사업 성장성이 큰 만큼 주가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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