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질의가 시작되자 여야 의원들은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체육계 인사들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했는지 질책이 이어졌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해 "최숙현 선수는 인권위가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를 비롯해 체육계, 검찰, 경찰 등 다양한 기관에 신고를 넣었다"며 "우리 체육계에는 현직에 있는 선수들이 인권특별조사단을 만든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실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에 민원을 접수한 게 2월6일인데 다섯 개 기관에 진정을 냈다"면서 "결국 4개월20일이 지나서 최숙현 선수는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뤄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대한체육회의 선수인권보호시스템은 고장났다고 본다"며 "실제로 스포츠인권센터에는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 원스톱지원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실제로 적용된 적이 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직접적인 조사를 조사관 3명이 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가혹행위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과 팀닥터, 주장 등이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초 증인 중에는 '팀닥터'라 불리는 안주현 운동처방사와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장윤정 주장, 김도환 선수 등이 모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청문회장에는 김도환 선수만 자리했다. 청문회에 불참한 3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금 가장 필요한 몇 사람이 빠져있다. 핵심 가해자인 김규봉과 안주현"이라며 "그 무리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국회의 명령을 무시해도 되는가하는 생각에 아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동행명령을 집행 중인데 안주현, 김규봉 두 사람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에는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발조치를 요구했기에 이는 양당 간사와 협의해 추후 조치방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숙현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를 인정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도환 선수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용 통합당 의원은 최숙현 선수의 일기장 내용을 언급하며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원수는 2명 이상인데 경주시청 선수들이다. 장윤정, 김규봉, 이광훈, 김정기(김도환의 개명 전 이름), 김주석.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해요'라고 쓰여 있다"며 "최숙현 선수 다이어리에 왜 본인 이름과 김규봉, 장윤정 이름이 적혀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질책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김규봉 전 감독이 증거 인멸을 위해 '때린 적 없다고 말해야 한다. 나한테 맞은 적 없다고 얘기하라'고 강요한 적이 있느냐"라고 묻자 김도환 선수는 "'때리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임오경 의원은 "김규봉 전 감독이 '선배니까 대신 맞으라'며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나"라고 묻자, 김도환 선수는 "네. 맞다"고 답했다. 이에 임오경 의원은 "경주시는 전통적으로 폭력이 내려온 팀이라고 밖에 못 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청문회는 오전 질의를 마치고 잠시 정회했다가 오후 2시30분부터 속개된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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