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폐기물 처리 시설 개발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한다. 시설 개발과 운영은 싱가포르계 인프라 전문 개발·투자업체인 에퀴스(EQUIS)가 맡을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새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폐기물 처리 시설이 투자업계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에너지·인프라 분야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제네시스매니지먼트와 손잡고 폐기물 처리 시설을 개발하는 1050억원 규모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두 회사가 공동 운용사로써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하나금융투자는 100억원을 펀드에 투자한다. 폐기물 처리시설 개발사업의 초기 사업비 규모는 2900여억원이며 사업 확장에 따라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조성되는 펀드는 제네시스매니지먼트가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가칭 제네시스하나환경)에 자금을 투자한다. 이 SPC와 싱가포르계 인프라 투자·개발업체인 에퀴스가 각각 9대 1의 비율로 자본을 출자해 실제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홀딩스컴퍼니를 설립한다. SPC를 통해 펀드 투자자와 운용사가 홀딩스컴퍼니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홀딩스컴퍼니는 경기 동두천, 경남 창녕, 전남 여수·곡성, 4개 지역에 폐기물 처리 시설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폐기물 소각, 슬러지 건조, 스팀 판매 사업, 고형폐기물 연료(SRF) 생산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개발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4개 사업장에서 매일 1790t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투자는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펀드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기 전까지 에퀴스 측에 브릿지론(단기 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자금 조달이 늦어질 경우 펀드의 잔여 지분증권을 인수한 뒤 재매각(셀다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펀드 조성이 마무리돼 펀드 투자금으로 브릿지론 상환을 마친 뒤에는 에퀴스 측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개발사업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예정돼 있는 PF 조달 규모는 2000억원 가량으로 하나금융투자는 PF 투자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PF로 투자금을 모으기 전 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는 지분투자인 만큼 펀드의 예상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하나금융투자와 제네시스매니지먼트가 조성한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 연간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폐기물 처리시설이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악취와 소음으로 인한 등으로 오랫동안 기피시설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지난 상반기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의료 폐기물 처리업체인 ESG그룹은 치열한 경쟁 끝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KKR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약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아려졌다. 또 다른 폐기물 처리업체인 코엔텍 역시 여러 인수 희망업체들이 경쟁을 벌인 끝에 5000여억원을 제시한 IS동서-E&F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의 품에 안겼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체들의 폐기물 처리 능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단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인만큼 폐기물 처리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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